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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축전"정치적 행사 주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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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북 대학생 교류는 북한측이 공연한 트집을 잡지 않는 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평양축전은「반제 연대성, 평화와 친선」이라는 구호아래『제국주의와 전쟁을 반대하는 세계 진보적 청년 학생들의「대 정치적 회합」』이라고 북한측이 주장하듯 정치적인 행사다. 북한측은 축전에 대비, 평양을 비롯, 각 도시. 군별로 예비축전의 성적을 가진 청년학생 8백만여 명이 참가하는「민족 대 축전」행사를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째 갖는 등 사전준비에 여념이 없다. 우리측은 배한 측 초청을 받은 전대협이 적극지원 방침을 밝힌 남북 대학생 교류 추진위에 참여를 외면하고 독자적인 추진을 고집하고 있어 내부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도성종·김두우·김기봉 기자>

<평양 측 준비>
평양 축전은 7월1일부터 8일간 1백70개국 2만여명(유치목표)이 참가, 정치·문화·예술·체육행사를 갖는다. 북한은 87년2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3차 세계 청년학생 축전 국제준비 위원회 회의에서 이 행사를 유치하고「반제 연대성, 평화와 친선을 위하여」를 행사구호로 채택했다.
행사의 주류인 정치행사는「제국주의와 식민주의 반대, 핵무기 없는 세계」등 정치적 문제를 반제 재판소와 토론회 운영, 전시회 등 다양한 형식과 방식으로 취급한다.
정치토론회는 대회기간 8일동안 매일 1개 센터씩 8개 센터로 나눠 평화·군축·핵무기 없는 세계·안전·반제 연대성·민족적 해방·독립·자주·민족 자결권·사회적 진보·민주주의와 인간의 존엄·비동맹·사회경제발전·새 국제경제 질서·대외채무·자연 및 환경보호·통신질서·아동권리·여성의 권리·교육·과학 등 24개 주제로 회의를 갖는다.
세계 학생 청년들의 친선과 단결을 강화하기 위한 문화 예술행사는 각국 민족 단체공연·국제 민속놀이 및 무도회 등 국제행사와 북한의 예술인·학생·소년들이 출연하는 대공연·교향악·교예·가극·공예와 미술작품 전시회·북한 영화감상 등의 국내 행사로 진행된다.
체육행사는 국가별 축구·농구·배구 등 친선경기, 세계기록 보유자·올림픽 메달리스트 시범 경기와 1천9백89m 기념 달리기, 씨름·그네· 널뛰기 등 민속경기가 주류다.
북한은 86년 초부터 체육시설 건설에 인적·물적 자원을 집중 투입하고 있으며 두 차례 「2백일 전투」기간을 설정, 축전지원을 위한 범 사회적 운동을 전개중이다.
매일 5만여 명의 사노청원과 매주 일요일에는 10만여 명의 청년들이 「충성의 애국노동」 에 참여하는 이외에 매월 첫 주 일요일을 『축전 지원의 날」로 정해 도시 미화작업 등에 참여하고 있다.
북한은 축전을 최대 규모로 진행하기 위해 공산권국가를 중심으로 한 1백40개 국가 및 국제기구 산하 5백70여개 청년학생 단체에 40여종, 32만여 부의 축전 선전물을 배포했다는 주장이다.
북한은 축전과 관련, 지난해 6월 참가국가 및 국제기구에「국제 연대성 기금」모금에 참가를 호소하는 협조서신을 발송하는 등 소요자금 조달에 부심하고 있다.
소련이 지원키로 결정한 2천만 루블(약3천3백만 달러)은 저개발국가 대표단의 항공료 부담과 식료품·직물류·냉동기 등 행사용품 구입에 충당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현재 90여개 국이 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민족준비 위원회를 구성했다. 최종 참가 대상국과 단체와 그 규모는 3월말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준비 위원회 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대협 입장>
남북 대학생 교류 추진 위원회에는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인 참가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다.
이러한 공연과는 달리 준비는 전무한 실정이다.
전대협은 참가에 있어서 신분 보장과 교통편의 등 실무적 문제에 있어서는 정부측과 협의할 여지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교류 추진위 불참과 자체적인 지도위원단, 교수·시민 참관인단 구성을 고집하고 있다.
전대협은 축전에 대한 자료와 정보부족으로 행사 성격과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있는 상태다. 유일한 자료는 지난달 6일 국토 통일원이 제공한 「축전 관련자료와 북한의 방송 및 보도내용」이 전부다.
전대협은 이와 관련, 초청수락 답신에서 역대 축전과 참가 준비사항에 관한 소상한 자료를 요구했다.
전대협 임시의장 임종석군(21·한양대 무기재료3년)은 『모든 행사에 참가, 북한측에 무조건 동조할 의사는 없고 사안별로 참가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신축성을 보이고 있다.
전대협은 3월 중순 서울대를 중심으로 한 3기 의장단이 출범하고 참가 대상국과 단체를 결성할 3월말 평양에서 열리는 축전 국제 준비위원회 4차 회의 결과를 지켜본 뒤 준비위 구성과 함께 북한 축전 조선 준비위와 참가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하겠다는 계산이다.
또 전대협은 축전 참가문제를 통해 국민들에게 통일방안에 대한 대대적인 의식화 작업을 벌이겠다는 생각이다.
북한측이 제의하고 있는 3월초 실무회담은 임 임시의장이 여의도 농민시위로 수배를 받고 있는데다 전민련이 추진하는 3월1일 판문점 범민족대회 실무회담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으로 미뤄 전대협이 교류 추진위에 참여하지 않는 한 무산될 공산이 크다.

<정부측 당부>
전대협만 축전에 참가시킬 수 없고 다른 대표도 함께 가야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정부는 지난해 대학가 총 학생회장 선거 때 공약으로 축전 참가 문제가 언급되고 12월말 전대협 앞으로 축전참가 초청 서한이 올 때까지만 해도 평양축전 참가를 내심 반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측으로서는 이 행사가「반제 연대성」을 내세운 정치행사로 대학생들이 참가할 경우 미군철수·반핵 등 정치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전향적으로 북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학생차원의 교류를 봉쇄한다면 여론악화는 물론 북한측에 정치적 공세의 구실을 줄 것으로 판단, 각계 원로들로 구성된 남북 교수 학생교류 추진 협의회의를 발족해 교류추진 위원회(위원장 정용석·단국대교수)로 하여금 대학생 교류 문제를 전담토록 했다.
교류 추진위는 그동안 두차례 회의를 갖고 전대협의 축전참가 수락 답신을 북한측에 전달토록 대한 적십자사에 촉구했고 교류단 구성 등 제반문제를 협의키 위해 전대협을 중심으로한 주요 대학 대표들을 상대로 학생위원 5명의 선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전대협이 교류 추진의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축전연혁>
세계 청년 학생축전은 47년부터 세계 민주청년연맹(WFDY) 과 국제학생 동맹(IUS)이 공동 주관하는「국제적 반제 투쟁행사」로 3∼7년 주기로 개최한다. 주로 공산권과 제3세계 및 일부 서방권 좌경 학생단체가 참가, 정치 토론회· 예술공연. 체육 경기·전람회 등 각종행사가 주요 프로그램.
WFDY는 45년11월「세계 모든 청년들의 이해와 협조를 통해 민주주의와 세계평화를 실현한다」는 목적아래 창립돼 부다페스트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현재 1백15개 국가 2백70개 조직에 회원이 1억여명 정도이고 북한은 46년 가입했다.
IUS는 46년8월「세계 모든 인민의 평화와 안전을 위하여 제국주의 식미주의 및 파시즘에 투쟁한다」는 목표아래 창립됐다. 회원은 공사국가를 중심으로 1백9개국 1백11개 조직에 1천만명으로 북한은 49년9월 가입했다.
제1차 축전은 체코의 프라하에서 71개국 1만7천여명이 참석「청년들이여 영구 평화를 위한 전진」이란 구호아래 개최된 이래 그동안 12차례 헝가리·동독·루마니아·폴란드·쿠바 등 공산국가와 중립국인 오스트리아·핀란드에서 열렸다.
12차 모스크바 축전(85년 7월27일∼8월3일)은 정치토론회, 평화시위, 체육·예술활동 등의 행사로 진행됐는데 행사 중 반제 재판소 제1회 청문회에서 북한 대표는「남조선에 대한 미 제국주의자들의 식민지 군사화 정책과 그 후파」라는 제목으로 미국을 고발하기도 했다. (조선 중앙 연감 1986년)

<참가절차>
참가단의 규모확정이 선결 문제 북한과 신변보장 각서교환 필요「평양축전」 참가는 우선 학생 참가단의 규모 확정이 선결문제.
지금까지 방북의 최대규모는 지난 85년9월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및 예술 공연단 1백51명이었다. 세계 청년 학생 축전이 12차까지 진행되는 동안 평균 참가인원이 1만5천∼2만명 정도인데다 북한측 주장대로 1백70개국이 참가한다면 1개국 당 1백명 안팎이면 충분한 셈.
그러나 전국 대학생 대표자 협의회(전대협) 측이 5백명 참가의사를 비치고 있어 참가단 규모는 2백∼3백명 정도가 될 공산이 크다.
참가 희망자가 선정되면 개인별 사진과 재학증명서 등을 제출, 국토통일원 장관이 발급하는 증명서를 발급 받아야 한다.
이 증명서는 올림픽 때 사용한 ID카드와 비슷한 것으로 북한으로 갈 때 남북 양측에 의해 신분 확인용으로 사용된다.
또 평양축전 참가는 지난11일 각의에서 의결된「남북 교류 협력 특별법안」중 2조4항의「협력사업」에 해당돼 소관 행정 기관장인 문교부 장관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전대협과 남북 학생교류 추진위원회(위원장 정용석 단국대 교수) 간의 합의가 마무리되더라도 북한측과 정부차원에서 참가단의 신변 보장문제에 관한 각서를 교환하는 절차도 남아있다.
소요경비는 남북 교류 특별법 24조에 따라 정부의 보조를 받을 수도 있으며 진행 경과에 따라 전대협 측이 정부보조를 거부, 자체 조달할 가능성도 있다. 또 남북학생 교류 추진위에서 산학협동 재단 등을 통해 자금을 끌어올 수도 있다.
평양행의 교통수단은 남북 적십자 회담 등의 경험으로 미루어 버스로 판문점까지 간 뒤 북한측 심사를 거쳐 북한측이 마련한 버스를 타고 개성에 도착, 기차 편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인원이 많아 헬기로는 수송이 불가능하며 육로로 판문점을 통과하는 것이 남북한 긴장완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즉 대체적인 절차는 남북적 교류에 준 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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