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접전 제주 개표 4시간 동안 5번 엎치락뒤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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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단하지 않겠습니다. 지켜볼 뿐입니다."

초경합 양상을 보인 제주지사 선거전은 개표 내내 피 말리는 접전이 계속됐다. 투표율부터 심상치 않았다. 67.3%로 전국 1위를 기록, 한나라당 현명관 후보와 무소속 김태환 후보의 승부 싸움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보여 줬다.

31일 오후 6시 긴장감 속에 두 후보 캠프의 눈은 TV로 향했다. 결과는 누구도 환호할 수 없었고, 오히려 더 애간장을 타게 만들었다.

KBS와 TNS 공동 출구조사 결과 김태환 후보 42.1%, 현명관 후보 42.3%로 0.2%포인트의 현 후보 우세로 나타났다. 물론 '오차범위 내 경합'이란 꼬리표를 달았지만 현 후보 캠프에선 미소가 흘렀다. 하지만 '경합'으로만 발표했던 MBC의 출구조사 결과가 김태환 후보 측에 알려졌다. 44.0%와 41.5%로 김 후보가 2.5%포인트 앞섰다는 소식이었다. 김 후보 측 선거사무소에서 환호가 들렸다.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두 후보는 말을 아꼈다. "제주도민의 위대한 승리를 기대한다"는 김 후보와 "변화의 시대를 선택할 것"이란 현 후보의 짤막한 반응만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20여 차례 여론조사가 발표되면서 두 후보의 대결 양상은 '우세-역전-접전-초경합'이란 수식어를 몰고 다녔고, 여론조사기관마다 예상도 들쭉날쭉해 도무지 우열을 가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후 7시30분 부재자 중심의 투표함이 먼저 열리기 시작했다. 1000여 표가 열리면서 9%포인트 차로 현 후보가 승기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한 시간 뒤 그 차이는 0.1%포인트로 좁혀졌고, 25.5%포인트의 개표율을 보이던 오후 9시30분엔 1%포인트 차로 다시 김 후보가 앞서 나가는 시소 게임이 시작됐다.

그러나 그 차이는 오후 10시10분 0.1%포인트 차로 좁혀지더니 10시20분, 이번엔 0.7%포인트 차로 다시 현 후보가 뒤집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오후 10시40분 48.1%의 개표율에선 1.2%포인트로 다시 김 후보가 역전을 일궜고, 11시30분엔 현 후보가 1.7%포인트로 또 뒤집었다. 아슬아슬한 승부는 이어져 10분 만에 김 후보는 1.2%포인트 차 재역전을 만들어 냈고 하루를 넘긴 밤 12시10분 개표율 69.7% 상황에서 격차는 다시 0.9%포인트로 줄어들었다. 개표 시작 4시간여 만에 1, 2위 순위는 그렇게 다섯 번이나 뒤바뀌었다.

환호와 탄식의 소리가 교차하던 캠프 내 지지자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침묵하기 시작했다. 모두 입술을 깨물었다. TV로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두 후보와 지지자들의 손은 이미 땀으로 범벅이 돼 가고 있었다. "개표가 지역별로 이뤄지고 있고, 지역별로 판세가 달라 결과는 끝까지 기다려 봐야 안다." 두 선거 진영은 그렇게만 말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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