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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여당에 해산 명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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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한화갑 대표와 당직자들이 31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광주와 전남 광역단체장의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우세로 나타나자 기뻐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31일 오후 환한 표정으로 당사에 들어섰다. 장상 선대위원장과 김효석.손봉숙 의원, 이상열.유종필 대변인 등 100여 명의 당직자가 속속 합류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의원도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밤늦게까지 TV 앞에 모여 앉아 승전보가 전해질 때마다 "와~" 하는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쳤다. 5.31 지방선거 직전 당 전체가 '공천 파동'으로 휘청했던 때와 180도 달라진 분위기였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호남 텃밭'을 뺏으려던 열린우리당을 확실하게 눌렀다. 호남 세 곳의 광역단체장 가운데 광주시장.전남지사 선거에서 이겼다. 기초단체장 당선자 수는 물론 정당 득표율도 훨씬 앞섰다.

한 대표는 이날 "'수권 정당'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향후 정계개편의 중심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그 옆에는 '정권 재창출'이라는 큼지막한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한 대표는 이어 "국민은 열린우리당에 해산 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고건 전 총리와 국민중심당.열린우리당의 이탈 세력을 아울러 비(非)한나라당 연합세력을 한데 묶겠다는 의지를 표출해 왔다. 이를 통해 1997년 정권교체의 원동력이었던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13일 고 전 총리를 만나 "선거 이후 한국 정치의 틀을 다시 짜나가자"며 '거당적인 예우'를 약속했다. 이와 관련, 한 대표 측근은 "지방선거 뒤 대대적인 외연 확대 작업이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기 대권 도전 의사가 있는 인사와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에게 '러브콜'을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또 중도개혁 성향의 비(非)정치권 인사들을 수혈해 인물.정책 면에서 명실상부한 '수권 정당'의 면모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대표 체제가 계속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한 대표의 의원직 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는 올 2월 서울고법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만간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면 의원직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당 대표 자리도 위태로워진다. 한 대표 퇴진과 환골탈태를 통한 당내 개혁을 요구하는 세력이 만만치 않다.

당 안팎에선 '호남 지역당'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대표가 내세우는 '민주당 중심의 통합론'에도 제동을 걸 태세다.

이양수 기자 <yaslee@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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