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보수 야당이 왜 저출산 포퓰리즘에 한술 더 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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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자유한국당이 저출산 대책 예산을 15조원 증액한 ‘2019년도 예산 심사 방침’을 발표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저출산 관련 예산이 30조원이니 무려 50%나 증액하겠다는 것이다. 액수도 액수지만 지출 방식도 문제가 심각하다. 신생아 1인당 2000만원 출산장려금을 일시에 주고, 임산부 30만 명에게 200만원 한도의 ‘케어카드’를 지급하는 등 일회성 현금 지원이 대부분이다. 현행 아동수당도 만 12세까지 모든 가정에 월 30만원씩 주겠다고 했다.

여당 시절 민주당의 복지 공약을 ‘무책임한 퍼주기’라 비난해온 한국당이 야당이 되자 민주당보다 한술 더 뜬 포퓰리즘 정책을 들고나온 것이다. 진보 정권이 증세와 경제민주화에 집중할 때 보수 야당은 경제자유화와 감세를 추진해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을 끌어내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가 내놓은 새해 예산안은 일자리·복지 지출의 비중이 34%나 된다. 올해 대비 증가율이 17.6%에 달한다. 이런 마당에 한국당마저 표몰이에 눈이 멀어 보수 정당의 기본 책무를 팽개치고 여당보다 더한 퍼주기 예산안을 내놨으니 어안이 벙벙하다.

저출산은 시급한 국가적 과제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12년간 126조원을 쏟아부었음에도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져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한국당이 정말 저출산 해결에 관심이 있다면 성과 없는 관련 예산을 통폐합하고 실효적인 대안을 내놓을 일이지 ‘복지 경쟁’을 부추겨 국가 재정을 막다른 길로 끌고 갈 때가 아니다. 야당이 앞장서서 저출산 예산 증액을 주장하면 기초연금 등 다른 분야에서도 정부·여당의 복지 포퓰리즘을 막을 명분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복지 예산은 한번 확정되면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 한국당은 이제라도 퍼주기식 예산 증액 방침을 접고 정부의 팽창 예산을 한 푼이라도 줄일 길이 없는지를 고민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