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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퍼드 “북·미대화 진전땐 군사태세 변화” 핵우산 재검토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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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던퍼드. [XINHUA=연합뉴스]

던퍼드. [XINHUA=연합뉴스]

조셉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이 5일(현지시간) 북·미 비핵화 대화의 진전을 전제로 한반도에서의 군사태세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던퍼드 의장은 이날 듀크대에서 ‘지정학적 압박 시대의 미군’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우리가 외교 분야에서 성공하면 할수록 군사 영역에서는 그만큼 더 불편해진다”며 “시간이 지나면 이(비핵화) 협상은 한반도 군사태세(military posture)에 일부 변화를 주기 시작하는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8일 뉴욕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고위급 회담을 연다.

트럼프 평소 “핵우산은 예산 낭비” #일각선 주한미군 감축까지 거론 #한·미 연합훈련 유예 가능성도

던퍼드 의장은 군사태세의 변화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던퍼드 의장이 ‘한반도 군사태세’라고 말한 만큼 이는 주한미군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북·미 협상과 관련한 한반도 군사태세의 변화로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유예가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미 비핵화 협상 여건 조성을 위해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UFG)과 해병대연합훈련(KMEP)을 유예했다”며 “이로 인해 군사대비태세가 약화된 상황을 ‘불편해진다’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던퍼드 의장은 따라서 북·미 협상 성과에 따라 내년 상반기 예정된 키리졸브 연습(KR)·독수리 훈련(FE) 역시 유예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던퍼드의 발언은 그 이상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북한 비핵화에 맞춰 주한미군의 역할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트럼프 정부의 인식이 담겼다는 얘기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이미 지난 4월 ‘평화협정 이후 미군의 한반도 주둔 필요성’을 묻자 “동맹(한국)과의 협상에서, 북한과의 협상에서 논의할 이슈의 일부”라고 답했다. 실제로 북한 비핵화가 성사돼 평화협정까지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주둔 여부 및 규모, 즉시 철수 또는 감축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진다. 주한미군은 북한 위협을 전제로 주둔했기 때문이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미국은 비핵화 완성이 아닌 협상 과정에서부터 주한미군 규모를 점차로 줄일 수도 있다”며 “던퍼드 의장이 그 가능성을 꺼냈는데 막바지 단계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 있는 한국에는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한반도 군사태세와 관련한 숨은 이슈는 핵우산이다. 던퍼드 의장의 발언은 북한이 비핵화하면 한국에 제공해 온 핵우산을 재검토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그간 미국은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확약해 왔다. 확장억제는 미국이 핵우산(핵무기)·재래식전력·미사일방어망을 동원해 핵이 없는 동맹국 한국을 본토처럼 지키겠다는 약속이다. 반면에 북한은 줄곧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며 핵우산 중단을 요구해 왔다. 한·미 양국은 이를 상대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을 안보무임승차국으로 비난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한 뒤 분위기가 묘하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한반도에 대한 핵우산 전개 훈련을 ‘예산 낭비’로 폄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큰 비행기가 괌에서 (한국으로) 6시간30분을 날아가 폭탄을 떨어뜨리고 돌아간다”며 “나는 비행기를 잘 아는데 비싼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대표적인 핵우산이 괌에서 한반도로 출격해 폭탄 투하 훈련을 하고 돌아가는 B-2, B-52(모두 핵폭탄 장착 가능) 전략폭격기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확장억제의 수단인 전략자산은 보통 연합훈련을 계기로 한반도에 전개하는데, 연합훈련이 잇따라 취소된 올해 전개 횟수가 확 줄었다”며 “동맹보다 비용을 따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이 없어진 뒤에도 확장억제를 지속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던퍼드 의장의 발언에 대해 확대해석을 피해 달라고 주문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지난달 31일 한·미 양국의 국방장관이 서명한 ‘연합방위지침’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한반도에 계속 주둔한다고 돼 있다”며 “던퍼드 의장이 주한미군의 철수 가능성을 제기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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