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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 높아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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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5.31 지방선거 투표율이 높아졌다. 31일 전국 1만3106개 투표소에서 실시된 투표 결과(오후 5시 현재) 전국 투표율은 46.7%를 기록했다. 2002년 지방선거 투표율 44.1%(당시 오후 5시 현재)보다 2% 포인트 높았다. 이 추세라면 2002년 투표율 48.9%보다 높은 50%대에 안착할 전망이다.

지역별로 투표율이 가장 높은 곳은 격전지인 제주도로 55.1%를 나타냈다. 제주는 한나라당 현명관 후보와 무소속 김태환 후보가 선거 막판까지 박빙의 접전을 펼쳤다. 전남은 52.2%로 둘째로 높은 투표율을 나타냈다. 반면 서울(37.6%).부산(37.5%).대구(37.7%).인천(33.5%) 등 대도시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투표율은 68.4%,1998년 제2회 선거는 52.7%였다.

올해 지방 선거의 투표율 상승이 의미를 갖는 것은 당초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란 우려를 깼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는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2002년 보다 더 낮은 투표율이 나올지 모른다는 예측 때문에 발을 동동 굴렀다. 실제 선관위가 8~9일 전국 유권자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에서'지방선거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유권자는 56.7%에 불과했다. 이는 2002년 60.3%보다 낮았다. 게다가 대형 정치 이슈가 실종됐고 한나라당 압승 분위기로 판세가 굳어져 유권자들의 냉소가 높아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투표율은 가뿐히 50%를 넘을 전망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투표율 상승의 원인으로 덜 달아오른 월드컵 열기를 지목한다. 2002년 지방선거는 6월13일 실시됐다. 월드컵 대표팀은 다음날인 14일 포르투갈을 꺾고 16강행을 결정지었다. 당시 한국은 월드컵 열기가 절정을 이뤘다.

박근혜 대표 테러 사건이 한나라당 표를 결집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무능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정서가 중산층 유권자들을 자극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지지층에겐 '싹쓸이 견제론'이 먹혔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성난 민심'과 '싹쓸이 견제 심리'가 서로 상승 작용을 했다는 것이다.

올해는 매니페스토 선거 원년으로 꼽힌다. 정책 선거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지방선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투표율을 끌어올렸다는 지적이다. 실제 선관위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후보 선택시 고려 사항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정책이나 공약'이라고 응답한 유권자가 23.7%였다. 2002년 13.9%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었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투표율이 최저점에 이를 것이란 예측이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경계심을 유발시켰을 것"이라며 "지방선거가 총선보다 중요하다는 인식도 많이 확산된 듯 하다"고 말했다.

신용호.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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