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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군 철수한 아프간에서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아들과 같이 다리 건너>
아프간 주둔 소련군 철수 완료일인 15일 정오 무렵 이른바 「우정의 다리」를 건너 소련에 도착한 아프간 주둔 소련군 사령관「그로모프」중장(45) 은 아무다리아 강의 전장 9백60m 다리를 건너면서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84년부터 아프간 주둔군 사령관으로 있었던「그로모프」사령관은 다리 중간지점에서 자신의 14세된 아들과 해후, 차에서 내려 다리 끝부분까지 걸어서 고국 땅에 도착했다.
「그로모프」는 기자들을 만나는 순간 눈에 눈물을 글썽거리며 『나는 임무를 완수하고 조국에 귀환했다는 점에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간단하게 답했다.

<정치적 사고의 승리>
소련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는 15일 소련군의 철수완료는「새로운 정치적 사고와 양식의 승리」 라고 찬양했다.
프라우다지는 그러나『장병들의 귀환에 따른 기쁨에는 손실의 고통과 비통한 생각이 뒤섞여 있다』 고 말하고 아프가니스탄에 개입하지 않았을 경우 소련에 미칠 『군사적 위험성의 수준에 대한 「브레즈네프」지도부의 추측근거를 의심해 볼 수 있다』고 지적, 당시의 개입결정이 잘못 됐음을 아울러 비판했다.

<장갑차로 승용차 깔아>
소련 관영 주간지 『리테라투르나야 가제타』는 15일 「보차로프」라는 기고가의 글을 통해 어린이 2명을 포함, 회교 반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아프가니스탄 시민 7명을 소련군이 현장에서 사살한 잔혹 행위를 상세히 전했다.
이 주간지는 사건발생 일시를 밝히지 않은 채 국경 지대에 있는 한 검문소에서 일단의 소련군들이 검문에 불응한 한 승용차에 위협 사격을 가한뒤 조준 사격을 개시, 차에 타고 있던 승객 중 2명을 사상케 했으며 이어 나머지 승객에 대한 처리를 지시받기 위해 지휘관과 무선 교신을 한 다음 흔적을 남기지 않고 「조용히 일을 끝내기 위해」장갑차를 동원, 승용차를 깔아뭉갠 후 땅속에 파묻어 버렸다고 밝혔다.

<소군 찾던 시장 조용>
아프가니스탄 주둔 소련군 잔여 병력의 마지막 철군은 15일 평소 소련군이 자주 다니는 카불 시내의 길거리나 잡화 시장에서는 전혀 눈에 띄지 않는 가운데 조용히 이루어졌다.
겨울 추위를 피하기 위해 누비 이불 밑으로 몸을 웅크리던 한 가게주인은『계파에 관계없이 아프간인들은 모두 한 민족이며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줄 안다』고 전제하고 『소련군의 철군이 단행된 지금, 이제 우리들의 문제는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며 다소 희망 섞인 바람을 표시했다.

<반군에 권력이양 촉구>
40개 회교국을 대표하는 회교 회의기구 (ICO) 는 15일 아프가니스탄 「나지불라」정권이 회교 반군 측에 권력을 이양할 것을 촉구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타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비드」IC0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외군의 철수와 국민들의 멸시로 카불의 꼭둑각시 정권의 몰락이 임박했다고 지적하면서 반군이 아직 장악하지 못한 일부 거점을 고수함으로써 아프간 국민의 고통을 연장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행장에 로킷 사격>
아프간의 무자헤딘 반군은 14일 수도 카불에서 소련 국경으로 통하는 살랑 고속도로 주변의 몇몇 아프간 정부군 기지를 점령, 전략 요충인이 도로를 장악했다고 반군 측 소식통이 15일 말했다.
한 반군 단체 대변인은 반군이 또 아프간 수도 카불 북부에 위치한 한 비행장을 로킷포로 공격, 수대의 비행기를 폭파했다고 말했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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