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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문학단체 대북한 노크 "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국내 문학단체들의 대북한 노크가 활발하다. 지난해 7월2일 민족문학작가회의에서 「남북작가회담」을 제의한테 이어 지난2일 미주한국문인협회가 오는 8월15∼17일「민족문학계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고 한국소설가협회도 2일「남북한 소설가 교류 및 전비소설가회의」개최를 선언했다.
또 한국문인협회에서도 남북한문인회의 개최 실현가능성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북 문학교류가 선언적 의미의 차원을 넘어 구체적 실천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민족문학작가회의(회장 김정한)는 7·4공동성명 16주년을 맞아 지난해 7월2일「남북작가회담」을 한반도 내에서 개최하자고 북한측에 제의했었다. 민족문학작가회의가 한반도 내에서의 회담이 여의치 않다면 제3국에서 남북은 물론 공산권거주 해외동포 문인들도 참여하는 회담 개최의 가능성까지 제의하자 미주한국문인협회(회장 고원)는 이를 적극 주선, 8월15∼1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민족문학세계대회」개최를 발표했다.
미주한국문인 협회에서는 이 대회에 북한 문인 10명을 포함, 공산권교포 20명 등 모두 1백50∼2백여명의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회의 개최를 의한 미국무성의 협조를 얻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민족문학작가회의 고은 부회장은 북한의 조선문학예술총동맹 백인준 위원장에게 보낸 공개서한 「우리들의 시를 공동 창작합시다」(『사회와 사상』3월호)에서 『단순한 교류가 아니라 문학의 일치 내지 공동작업과 함께 남북문학인대회 및 축전의 정기화를 실현함으로써 자주통일의 문화기반을 다지자』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두 체제 작가들이 하나의 민족염원과 이념으로 만나는 일은 선언적 의미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임을 밝혀 남북작가회담이 민족사적 당위임을 강조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집행부에서는 남북작가회담에 대비, 토론주제까지 확정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소설가협회는 2일 중앙상임위원회를 열고 「남북한 소설가 교류 및 남북소설가회의」개최를 결의, 북한측에 공식 제의하고 절차상의 문제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위임키로 했다. 협회 총무위원장 오인문씨에 따르면 1단계 남북소설작품의 상호 선별유통, 2단계 지명초청형식의 작가교류, 3단계 남북작가 공동회의 개최순으로 실현 가능한 것부터 실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소설가협회는 문공부에 협조 요청을 해놓고 있다.
한편 가장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문인협회(이사장 조병화)는 대북 문인교류가 선언적 의미로만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해 신중히 검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인협회는 우선 올해의 중점사업인 우리 문학의 세계화 일환으로 뉴욕·로스앤젤레스·동경 및 공산권에 문협지부를 설치, 교포문인들과의 유대를 꾀한 후 자연스럽게 북한문인들과의 교류로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문협에서는 이미 중국연변시인 김파씨 및 재일 교포 작가들과 지부설치를 위한 협의를 진행중이며 4월께 조 이사장이 동구 및 소련을 방문, 그곳 교포 문인들과도 지부설치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이와 같이 국내 문학단체들이 앞다퉈 북한문단에 대해 노크하고 있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삶과 이상이 물씬 배어있는 문학을 통해 서로를 이해함으로써 민족통일을 앞당기자는 의도에서다. 그러나 남북문학교류에는 난제가 중첩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남쪽에서는 행정당국의 협조가, 북쪽에서는 연석회의를 제안해놓고도 막상 비정치적 만남엔 소극적인 태도가 문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문학에서의 예술성기준을 어디에 두고 접촉하느냐다. 즉 순수문학대 참여문학, 나아가 모더니즘 대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장벽을 극복, 상호 이해증진의 폭을 넓혀갈 수 있겠느냐에 대한 대답에는 아직 아무도 자신이 없다는게 솔직한 현실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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