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도둑은 에디슨뿐이 아니다. '불면=성실+의지'로 대접하는 '불면(不眠) 신드롬'도 공범이다. 밤을 샌다며 질끈 동여맸던 머리띠의 단골 표어, 4당5락(四當五落.네 시간 자면 합격, 다섯 시간 자면 낙방). 이는 해방 이후 수험생의 잠을 빼앗아 온 주범이었다. 어디 그뿐이랴. 나폴레옹에서 처칠까지, 곳곳에 널린 불면의 영웅신화도 대표적인 잠 도둑들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안 자고 버틸 수 있을까. 열일곱 살 고등학생이던 랜디 가드너가 이 질문에 도전했다. 목표는 264시간(11일). 샌디에이고 미 해군 신경정신과 연구팀의 존 로스 대위가 전 과정을 기록했다.
2일째:랜디는 간혹 눈의 초점 맞추는 것을 힘들어한다. TV 보는 것을 포기했다. …
4일째:우울증이 심해졌다. 화를 잘 내고 비협조적이다. 오전 3시, 환상이 나타났다. 자신이 유명한 흑인 축구 선수라고 착각한다. …
11일째: 무표정한 얼굴. 발음은 우물우물. 숫자를 제대로 못 세고, 방금 한 일도 기억하지 못한다.
64년 1월 초의 이 실험은 '잠 안 자기 연구'의 전설이 됐다. 랜디는 가장 오래 '불면'한 인간으로 기록됐다.
불면이 지나치면 죽음을 부른다. 프랑스의 드 마나센 박사의 실험 결과, 잠을 빼앗긴 어른 개는 13일이면 죽었다. 강아지는 훨씬 빨라 6일째부터 숨졌다.
불면은 미국에서만 매년 560억 달러 넘게 손실을 끼친다. 항공기.열차.버스 등 각종 사고의 주범이 불면이다. 해마다 2만5000명이 목숨을 잃고, 250만 명이 장애에 빠진다. 심리학자 스탠리 코렌은 이를 '불면 신드롬이 빚은 참사'라고 불렀다.
한 시장 후보가 72시간 불면 유세를 펼쳤다. 또 하나의 신드롬을 만들어 내고 싶었던 것일까. 오죽하면 사흘 밤을 밝혔으랴만, 오늘 밤은 푹 잠들기 바란다. "불면에 대한 최고의 치료는 잠을 더 자는 것이다." 전설적인 코미디언 W C 필즈의 말이다.
이정재 경제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