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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3분의 1 이상 여름, 인천공항 활주로 길이 바꾼 온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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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한 스푼]1 뜨거워진 한반도…인천공항 활주로도 길어졌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겨울이면 서울 시민들은 한강의 얼음을 두께 40㎝가량의 직사각형으로 잘라 용산의 서빙고와 동빙고에 보관했다. 이 얼음은 무더운 여름철 시중으로 팔려나갔다.

한국전쟁 발발 이후 한강철교가 폭격으로 부서지자 피난민들은 꽁꽁 얼어붙은 한강을 걸어서 건넜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 빙상대회가 한강의 얼음 위에서 열려 스포츠팬들의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한국통계진흥원 ‘대한민국을 즐겨라, 통계로 본 한국 60년’ 참고>

1956년 완전히 결빙된 한강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대회. [사진 해외문화홍보원]

1956년 완전히 결빙된 한강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대회. [사진 해외문화홍보원]

그러나 요즘 한강은 한겨울인 1월 초가 돼야 겨우 살얼음을 볼 수 있을 정도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오르다 보니 4~5월이면 반소매 티셔츠를 입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인천공항의 제 3활주로의 길이는 4000m다. 1ㆍ2 활주로의 길이(3750m)보다 250m 길다. 이는 20~30년 뒤 평균 기온이 지금보다 3도 정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해 만든 것이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활주로의 공기도 점점 뜨겁게 데워진다. 그러면 공기의 밀도가 떨어져 비행기가 빨아들이는 공기량과 압축량이 줄어든다. 결국 비행기는 추진력을 얻기 위해 더 빨리, 더 오래 달려야 비행기를 띄울 수 있다. 활주로를 길게 만든 이유다.

온난화 영향으로 한반도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기상학적으로 여름은 일평균 기온이 20도가 넘는 날이 수일간 지속하는 날로 본다. 1910년대(1911~1920년)에는 서울의 여름 길이가 평균 94일이었지만, 2010년대(2011∼2017년)에는 평균 131일로 37일이나 길어졌다. 이제 1년의 3분의 1 이상이 여름이라는 얘기다. 2010년대 서울의 평균 기온은 12.9도. 1910년대 서울의 평균 기온(10.7도)보다 2도 이상 높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온난화로 인해 한반도 생태계 지도도 달라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속도면 한국인이 즐겨 먹는 먹거리도 달라지게 된다. 주로 제주에서 재배됐던 감귤이 지금은 경남 진주, 전남 고흥에서 자란다. 인삼은 충남 금산, 경북 여주 일대에서 경기ㆍ강원지역까지 북방 한계선이 올라왔다. 바다에서는 수온 상승으로 고등어ㆍ멸치 등 난류성 어종은 늘어난 반면, 명태와 꽁치 등 한류성 어종은 우리 연근해에서 사실상 씨가 말랐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0년 아열대 기후 지역은 남한의 경지면적 전체의 10.1%에서 2060년에는 26.6%, 2080년에는 62.3%로 늘어나 한반도의 상당 지역이 아열대 기후권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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