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지금은 증세하고 금리인상할 때"…트럼프에 '훈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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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점에서 증세와 두 차례 더 금리 인상이 필요합니다.”

CNBC 인터뷰서 "두차례 더 금리 인상 필요" #"미국 부채많아 재정악화 우려…세금 인상해야" #Fed, 중소형 은행에 대해 본격 규제 완화

재닛 옐런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제 훈수’를 따끔하게 뒀다.

경제성장을 지속가능한 속도로 안정화하고, 노동시장을 과열되지 않게 안정화하기 위해 지금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재닛 옐런 전 미 Fed 의장. [중앙포토]

재닛 옐런 전 미 Fed 의장. [중앙포토]

옐런 전 의장은 30일(현지시간) 경제전문채널 CNBC와 인터뷰에서다.

옐런 전 의장은 “앞으로 10년간 기준금리가 평균 3%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2.00∼2.25%. 인상이 유력한 오는 12월을 포함해 세차례 더 금리를 인상해야 3%에 도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워온 미국 경기가 식을 것을 우려해 “Fed가 미쳤다”면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을 지명한 것을 후회한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옐런 전 의장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도 자기 의견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면서 “의회가 설정한 목표와 목적에 토대를 두고 중앙은행이 독립적으로 정책을 만들 수 있을 때 경제가 더 잘 작동한다는 점은 이미 인정된 사실”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옐런 전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감세 정책도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부채가 너무 많은 수준인데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면서 “만약 내가 요술방망이를 갖고 있다면, 세금을 인상하고 퇴직자 연금 지출을 줄이는데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빌딩

미 연방준비제도(Fed) 빌딩

한편 Fed는 은행에 대한 규제를 본격적으로 완화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 보도했다. 이른바 2008년 세계경제위기를 계기로 탄생한 ‘볼커룰’을 약화시키는 조치다.

Fed는 이날 자산규모 1000억~2500억 달러 규모의 은행에 대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규제 완화 계획을 발표했다. LCR은 유동성 위기시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현금이나 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의 보유 비율을 말한다.

새로운 규제안은 은행들을 자산규모와 위험요인에 따라 4개 군으로 분류한 다음, 그 분류에 맞는 강도의 규제를 적용한다. 자산규모 1000억 달러~2500억 달러의 은행에 대해서는 LCR 규제를 폐지하고,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건전성 평가)’인 종합자본분석(CCAR)도 2년에 한 번씩 받는 것으로 완화된다.

랜덜 퀄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 [중앙포토]

랜덜 퀄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 [중앙포토]

BB&T와 선트러스트 등을 포함한 12개 이상 은행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WSJ는 예상했다. JP모건체이스와 같은 초대형 은행에 대한 규제는 이전과 대비해 변화가 없다.

이번 규제 완화 방안은 Fed 내에서 제롬 파월 의장과 랜들 퀼스 감독 담당 부의장 등의 지지를 받은 반면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는 반대 견해를 밝혔다.

라엘 브레이너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중앙포토]

라엘 브레이너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중앙포토]

퀄스 부의장은 “규제의 성격은 기업의 성격과 일치해야 한다는 중요한 원칙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브레이너드 이사는 “정책 변화는 우리 시스템의 복원력에 핵심인 완충 역할을 약화할 것”이라며 “납세자들이 곤경에 처할 위험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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