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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나노에 대한 오해 … 매도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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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근 은나노 입자들의 항균.살균력에 대한 부정적인 언론 보도로 은나노 기술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수년간 은나노 연구를 해 온 사람으로서 우려가 생긴다.

은이 항균.살균 효과를 나타내는 과정은 은 금속과 은 이온에 의한 것으로 나누어진다. 은 금속은 고체 상태에서 원자와 원자 간의 거리가 산소 분자의 크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산소분자들이 은 금속 내부로 쉽게 침투해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은은 자기 부피의 10배에 해당하는 산소를 녹일 수 있다. 은 속에 용해된 산소분자는 은에 의해 산소원자로 분해되며 이 산소원자들이 균을 산화시켜 죽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성질 때문에 화학공학에서는 산화반응을 시킬 때 항상 은 입자를 촉매로 이용한다.

고분자 내에는 수많은 미세기공이 존재해 공기들의 출입이 가능하다. 은 입자의 표면성질은 금.백금과 같이 비교적 친수성(親水性)이므로 소수성 고분자로는 그 표면을 완전히 둘러싸게 할 수 없다. 따라서 고분자 내 나노 은 입자는 기공 쪽으로 이동하게 돼 투과된 산소분자와 만나 이들을 산소원자로 분해시키고 산소원자들이 고분자 밖으로 빠져나와 균들을 죽게 한다. 실제로 은나노 입자들을 고분자 내에 분산시키고 균들을 고분자 표면에 발라 놓으면 죽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이제까지 발견된 많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는 은 이온과 강하게 결합하는 성질을 가진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은 이온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와 만나면 이 물질과 강하게 결합해 화합물을 형성한다. 이것이 세포 내 신진대사에 필요한 수소 전달을 막아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죽게 만든다. 그러나 포유동물에는 이런 물질이 없어 이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같은 고유 효과에도 불구하고 은이 실제 생활에 많이 이용되지 못한 이유는 은의 가격이 비싼 데다 활용기술이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첨단 나노 기술을 응용해 은을 나노 크기로 대량 생산하고 이들을 고분자 내에 분산시키는 기술이 개발돼 활발히 이용되기 시작했다.

최근 시판되는 많은 은나노 제품을 보면 충분한 기술적 검증 없이 과장 광고된 사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은나노 기술이 보완 발전되면 다른 유기계 항균살균제보다 많은 장점을 가질 수 있다. 은나노 기술이 적용된 제품 가운데 상당수는 실질적인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 세탁기의 경우 나노 상태의 은 입자가 세탁수에 섞여 들어가 세탁물과 접촉하면서 충분한 살균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은나노 기술에 대한 오해와 시중 일부 제품의 과대광고로 인해 은나노 기술의 국내 발전이 저해되지 않기를 바란다.

오성근 한양대 교수 화학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