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주가에는 효자 … 매입 공시 뒤 20일새 57% 치솟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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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이달 25일 SK텔레콤 주가는 모처럼 5% 이상 급등했다. 연일 매섭게 휘몰아치던 외국인의 팔자 공세가 수그러든 덕도 있지만 주가를 끌어올린 '일등공신'은 자사주 매입이었다. UBS증권이 이날 보고서를 통해 "SK텔레콤이 올해 2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하기로 했는데 이를 (시장이) 잊은 것 같다"라고 상기시킨 게 기폭제가 됐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기업이 자사주를 사들이면 수급에 따른 주가 부양 효과 못지 않게 유통 물량이 줄어 장기적으로도 주가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주가 띄우는 데는 '효자'=29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자사주를 사겠다'고 공시를 낸 당일 기업의 주가는 코스피 지수 상승률보다 평균 2.41%포인트 더 높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를 다 사들인 시점(매입 개시 뒤 60일째)의 주가 역시 시장 평균 상승률보다 9.39%포인트 높았다.

예컨대 삼립식품의 경우 2004년 7월 자사주 매입 공시를 낸 뒤 20일 만에 주가가 57.69%나 치솟았다. 대상사료.웅진씽크빅.우리투자증권.현대증권 등도 자사주 공시 직후 24~40% 가량 급등하는 등 자사주 매입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자사주 매입 기간=주가 상승기'의 공식이 대체로 들어맞는 셈이다. 자사주는 살 때뿐 아니라 팔 때에도 주가를 올리는 효과가 나타났다. 자사주 매각 공시 당일 주가 역시 지수 상승률을 소폭(0.37%포인트) 웃돌았고 60일 뒤엔 '상승 효과'(0.64%포인트초과 상승)가 더 두드러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대부분의 자사주 처분은 임직원 상여금, 우리사주조합 출연 등으로 처리된다"며 "투자자들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주가 방어에도 효과적=자사주는 급락기에 주가를 떠받쳐주는 '버팀목'으로도 한몫한다. 외국인의 매도세로 코스피 지수가 보름 만에 160여 포인트 가량 급락한 이달 들어 자사주 매입을 밝힌 회사가 부쩍 불었다. 주가안정에도 도움이 되는 데다 싼값에 자사주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 시장에선 현대산업개발.금호전기.광동제약.일양약품이 최근 자사주 매입을 결의했다. 모두 '주가 안정'이 주된 목적이다. 코스닥도 안철수연구소 등 10여 개사가 이달 중 자사주 취득 의사를 밝혔다.

최근 중앙일보-전국경제인연합회 공동설문에서도 기업들은 자사주를 주가 안정 수단으로 신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사주 매입이 주가 안정에 효과가 있다'(35.8%)는 응답이 '효과가 없다'(27.4%)보다 많았다.

◆자사주 취득 크게 늘었다=국내 기업들은 최근 몇 년 새 자사주 매입을 크게 늘렸다. 특히 2001년 정부가 증시 안정책으로 자사주 매입 규제를 대폭 풀어준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KT&G와 국민은행 등을 포함, 지난해말 기준으로 자사주 매입이 조(兆)단위를 웃도는 '자사주 1조 원 클럽'도 6개사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10조98억 원어치를 사들여 자사주 매입 1위를 기록중이다. 이 회사는 올해도 1조8582억 원을 투입해 자사주를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이어 KT(5조3298억), SK텔레콤(3조1650억),포스코(2조6678억) 등의 순으로 자사주를 많이 사들였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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