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송두율 교수 37년만에 입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 재독 철학자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 교수가 22일 오전 체포영장 발부에도 불구하고 37년만에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인사하고 있다. [영종도=연합]

재독 철학자 송두율(59) 교수가 37년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송 교수는 22일 오전 11시 10분 베를린발 루프트한자 LH712편으로 부인 정정희(61)씨, 큰아들 준(28.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원)씨, 작은 아들 린(27.소아과 전문의)씨 등 일가족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송 교수의 귀국 길에는 당초 예정됐던 독일 변호사 대신 민주화추진 변호사협회 소속 김형태 변호사와 송교수의 친구이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일에 참여하고 있는 박호성 서강대 교수, 2000년에 벌어졌던 송교수 귀국 좌절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경계도시'를 올해 베를린영화제에 출품했던 강석필 감독이 동행했다.

이날 공항에는 '해외민주인사 한마당' 행사의 주최측인 민주화운동기념협의회 소속 회원들이 대거 나와 송 교수 일행의 귀국을 환영했다.

송 교수는 전날 베를린에서 귀국 비행기에 오르기 전 "1967년 공부하기 위해 독일에 와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37년 만인 2003년에야 민주화된 고국 땅을 밟게 돼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면서 "37년 만의 귀국을 통해 민주화된 고국을 확인하고 그동안 어려움 속에 기다려온 보람을 느끼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정보원의 조사방침과 관련, "법적으론 독일 여권을 갖고 귀국하는 신분이지만 내가 원래 한국인인데다 공적 기관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의 초청으로 들어가면서 한국 정부 당국의 입장을 부정할 수 만은 없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부인 정씨는 귀국에 대해 "너무나 기쁘고 감격스럽다. 아직도 믿어지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날 오후 도봉구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리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해외민주인사 한마당 행사 환영식에 참석하는 것을 시작으로 22~27일 주최측의 공식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송 교수는 이후 28~29일 전남대 강연에 참석하고 30일에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관 심포지엄에서 '한국민주화운동의 과제'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할 예정이다.

인천공항경찰대는 이날 송 교수 입국과 관련,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병력 3개 중대를 배치했다.

한편 송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국가정보원은 송 교수의 국내 일정을 감안, 적절한 시기에 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필규 기자·디지털뉴스센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