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훈련 여건 안되면 공군 철수"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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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국에서 공대지 사격 훈련 여건이 보장되지 않으면 주한 미 공군 전력을 해외 다른 지역으로 옮기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29일 밝혀졌다.미국은 지난해 10월 2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주한 미 공군의 공대지 사격 훈련장 부족난을 호소하면서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이는 국방부가 지난 4월 국회에 보고하기 위해 작성한 '주요 국방현안 자료'에서 공개됐다.

미국이 한국에서 훈련 여건을 문제삼아 주한 7공군 전력을 타지역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은 몇 차례 언급됐지만 공식회의에서 제기한 것으로 드물다.주한 미 공군은 매향리 사격장이 폐쇄된 이후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주한미군 관계자는 "미 공군 조종사는 규정된 훈련 횟수를 채우지 못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다"면서 "주한 미 공군의 공대지 사격훈련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한국 밖의 다른 기지로 전출을 원하는 조종사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이에 따라 최근 주한 미 공군 일부는 태평양 연안의 다른 지역으로 날아가 공대지 사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군 관계자가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해 SCM에서 매향리 사격장 폐쇄 이후 주한 미 공군의 훈련량이 급격히 감소해 조종사들의 기량 및 사기 저하가 우려된다며 한국 측에 훈련장 확보를 강력히 요구한 것이다.군 관계자에 따르면 미측은 한.미 공군이 80대 20의 비율로 함께 사용중인 전북 군산 앞바다의 직도 사격장의 사용 비율을 늘이고,직도 사격장에 자동채점장치(WISS)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했다.정부는 미측의 요청에 따라 WISS를 오는 8월말까지 설치키로 하고 지난 2월 1일 군산 시청에 허가를 신청했다.그러나 군산 시청의 반려 움직임에 따라 3월2일 신청을 철회했다.WISS는 공군 전투기가 지상 표적을 향해 폭발하지 않는 훈련용 모조탄을 투하하면 그 정확도를 자동적으로 점수로 매기는 장치다.

국방부는 현안 자료에서 "WISS 장비 설치 진행상황이 가시적일 때 미측과 (직도)사격장 사용에 대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진행할 것"이라며 "국무조정실에 태스크포스(TF)를 편성해 군산지역의 민심을 달래기 위한 지원대책 등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수립중"이라고 설명했다.7공군은 전북 군산의 제8전투비행단(F-16C/D)과 경기 오산의 제51전투비행단(F-16C/D, A-10, C-12)으로 구성된 주한 미 공군전력의 핵심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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