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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 100마리 남은 뿔제비갈매기, 세계 최초 산란 포착

중앙일보

입력

새끼를 품고 있는 뿔제비갈매기. 새끼가 어미 품에서 머리를 내밀고 있다. [사진 국립생태원]

새끼를 품고 있는 뿔제비갈매기. 새끼가 어미 품에서 머리를 내밀고 있다. [사진 국립생태원]

지구 상에 100마리도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뿔제비갈매기가 국내에서 알을 낳는 모습이 전 세계 최초로 영상으로 포착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뿔제비갈매기’가 3년 연속으로 전남 영광군 칠산도에서 번식에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뿔제비갈매기는 전 세계적으로 남아 있는 개체 수가 100마리 미만인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번식지는 한국의 칠산도를 포함해 중국 지우산섬, 대만 마주섬 등 5곳의 섬뿐이다. 월동지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이다.

특히, 칠산도는 뿔제비갈매기 5마리의 서식이 처음 확인된 2016년부터 매년 1마리가 부화해 번식에 성공했으며, 매년 찾아오는 어른 새의 마릿수가 증가하면서 세계적으로 중요한 번식지로 알려지게 됐다.

뿔제비갈매기는 1937년 이후 63년간 멸종된 것으로 추정됐다가 2000년 들어 중국 남부의 한 섬에서 다시 발견되면서 화제를 모았고 생태정보가 거의 없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새다.

매년 1마리만 어렵게 번식 성공 

새끼를 보호하는 뿔제비갈매기 어미새. [사진 국립생태원]

새끼를 보호하는 뿔제비갈매기 어미새. [사진 국립생태원]

국립생태원은 뿔제비갈매기의 생태를 관찰하기 위해 2016년부터 3년간 칠산도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해 영상을 분석해 왔다.

또, 뿔제비갈매기의 번식 개체 수를 증가시키고자 올해 3월 칠산도에 ‘사회성 이용 유인시스템(Social Attraction System)’을 설치했다.

‘사회성 이용 유인시스템’은 새를 유인하는 모형과 해당 종의 고유한 소리를 재생해 같은 종들이 모여들게 하는 장비로 집단으로 번식하는 바다새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새 모형 설치 모습. [사진 국립생태원]

새 모형 설치 모습. [사진 국립생태원]

연구진은 무인카메라를 통해 올해 5월 뿔제비갈매기 암컷 1마리가 일몰 무렵에 알을 낳는 장면을 세계 최초로 영상으로 담았다.

뿔제비갈매기는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총 7마리가 순차적으로 칠산도에 찾아왔으며, 이 중 2쌍이 각각 1개의 알을 낳았다. 하지만, 2개의 알 중 1개의 알만이 26일 뒤에 부화해 1마리만 번식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도 뿔제비갈매기 6마리 중, 2쌍이 각각 1개의 알을 낳았으나 1마리만 부화하는 등 2016년 이후 매년 1마리만 번식에 성공했다.

새끼 비행능력 갖추면 함께 섬 떠나 

비행 연습 중인 뿔제비갈매기 새끼. [사진 국립생태원]

비행 연습 중인 뿔제비갈매기 새끼. [사진 국립생태원]

국립생태원 연구진이 3년간 뿔제비갈매기의 번식 과정 영상을 분석한 결과, 뿔제비갈매기는 초봄인 3월 말에 번식지에 도착해 4~5월에 알을 낳았다. 그리고는 5월에 부화해 태어난 새끼는 40~44일 이후 비행능력을 갖춘 뒤에 부모 새와 함께 섬을 벗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뿔제비갈매기는 칠산도에 매년 3~4월에 찾아와 7월 중순에 번식을 끝낸 뒤 7~8월에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로 이동해 겨울을 보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뿔제비갈매기 연구 및 번식지 보전을 위해 중국 등과 국제적인 협력체계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유승광 환경부 자연생태정책과장은 “뿔제비갈매기의 번식 개체 수 증가를 위한 방안, 지속적인 생태자료 확보, 서식지 보호 등 추가적인 보호․관리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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