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붙여라 '늙은 프랑스'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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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의 G조 두 번째 상대인 프랑스가 28일(한국시간) 파리에서 벌어진 평가전에서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를 1-0으로 꺾었다.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이 현지에서 이 경기를 지켜본 뒤 프랑스의 전력을 면밀히 분석한 글을 중앙일보에 보내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여태껏 봤던 프랑스의 경기 가운데 제일 못한 경기였다. 한 경기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선수들의 노쇠화로 인한 경기력.템포 저하가 뚜렷이 드러났다. 멕시코에 공간을 많이 내줬는데, 특히 미드필드와 수비 사이에 공간이 많았다. 포백 수비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수비 진영에서도 공이 있는 반대편 쪽에 많은 공간이 생겼다.

시세.트레제게는 공격 패턴이 단조로웠다. 앙리가 출전하지 않아 단정짓기는 힘들지만 공격을 두 선수에게 의존하다 보니 멕시코 수비 라인에 차단당하는 경우가 잦았다. 2선에서의 침투도 잘 이뤄지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도와주는 플레이가 안 되다 보니 두 명의 공격수가 고립됐다. 공격의 두 선수가 서로 위치를 바꾸며 변화를 줄 필요가 있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서른네 살의 지단은 체력이 떨어진 탓에 활동량이 많지 않았다. 중원의 지휘자 지단이 느려졌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이 약점을 역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좋겠다. 프랑스는 지단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경기를 할 때마다 그의 영향력도 막강하다. 이 경기처럼 지단이 제몫을 못한다면 프랑스의 공격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 한국팀으로서는 오히려 기회가 된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마켈렐레는 중앙에서의 활동폭이 커 가장 인상에 남았다. 공격을 할 때 2선 침투도 위협적이었다. 지단 대신 투입된 도라소는 프랑스 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고 들었는데 기복이 심한 모습이었다.

독일 월드컵은 여름으로 접어드는 6월에 시작된다. 노장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프랑스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미드필더들의 체력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그들의 탁월한 개인기도 무용지물이다. 결국 한국이 미드필드를 얼마나 장악하느냐가 승리의 관건이 될 것이다. 프랑스가 가지지 못한 체력과 스피드를 한국 미드필더들은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는 개인 능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먼저 실점하면 곤란하다. 그들의 지공 페이스에 말려 경기를 그르칠 수 있다. 반대로 리드를 뺏기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면 체력 부담이 큰 프랑스가 초조해질 것이어서 한국에 많은 기회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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