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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계열화 ‘덫’ 걸린 현대차그룹…4분기 실적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입력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건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건물.

현대자동차의 어닝쇼크(earning shock·실적충격)에 이어 계열사들의 실적도 줄줄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발표한 기아차의 실적 역시 기대 이하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액(14조743억원)은 소폭(0.1%) 상승했지만, 영업이익(1173억원)은 예측치보다 낮았다. 당초 증권가는 기아차의 3분기 영업이익을 3450억원 정도로 잡았다.

기아차의 실적은 매출(24조4337억원)이 소폭(0.96%) 늘었지만 영업이익(1조2040억→2889억원)은 급감한 현대차와 판박이다. 실적 악화 원인도 비슷하다. 한천수 기아차 재경본부장은 “에어백 제어기 리콜 등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하면서 시장 추정치를 밑돌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차에 납품하는 부품 계열사도 마찬가지다. 현대모비스는 3분기 매출(8조4237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9% 감소했고, 영업이익(5444억원→4622억원)도 15.1% 줄었다. 현대모비스는 “완성차 생산량이 감소했고, 에어백 제어기(ACU) 리콜에 대한 충당부채를 설정하면서 수익성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위아도 3분기 영업이익(96억원)이 작년 동기보다 36.2% 감소해, 8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실적이 줄줄이 악화한 건 현대차그룹 특유의 수직계열화 구조 때문이란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이 납품한 강판으로 차체를 만들고, 현대모비스·현대위아 등이 납품한 부품을 조립해, 판매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때문에 현대차·기아차가 안 팔리면 주요 계열사 실적도 줄줄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제 관심은 실적 부진이 언제까지 갈 것인지에 쏠린다. 일단 증권가는 줄줄이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KTB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는 26일 현대차 목표주가를 15만원으로 낮췄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통화 약세에 따른 실적 부진에 대규모 품질비용까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다만 증권가는 투자 의견(매수)은 그대로 유지했다. 3분기 실적 하락의 원인이 주로 단기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3분기 에어백·센서·엔진 관련 각종 리콜 비용으로 7000억원가량을 투입했다. 기아차도 화성공장 정전사태 등 예상치 못한 생산 차질이 겹쳤다. 이같은 일회성 요인이 사라지면 4분기 실적은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4분기에는 영업일 수가 상대적으로 많고 신차 효과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자동차 전시장.

현대자동차 전시장.

반면 실적 악화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판매보증비용(7530억) 증가를 초래한 대규모 리콜 사태의 배경에는 품질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품질 문제는 단시간에 제거하기 어렵다. 또 환율과 미·중갈등이라는 변수도 개별 기업이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수익성 회복을 자신하고 있다. 최병철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글로벌 시장은 앞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고급차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대차는 다양한 SUV 모델을 출시하고 제네시스 등 고급차 판매 역량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내년부터 3세대 플랫폼을 순차적으로 적용해서 원가를 절감하고 수익성 확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이 기술력을 끌어올려야 근본적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율주행·로봇·통신분야와의 기술융합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도요타와 소프트뱅크가 협력하고 제너럴모터스(GM)와 리프트가 손을 잡는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는 이종분야 기업과 합종연횡 중”이라며 “한국차업체도 자동차 산업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IT(정보통신) 기술력과 연합해야 글로벌 플랫폼 선점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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