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귀담아들어야 할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한 우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이른바 ‘사법 농단’ 사건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를 만들자는 더불어민주당 제안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동의했다. 구체적 방법에까지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특별법이 제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가 만든 법에 따라 별도 재판부가 구성된 전례는 1948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산하 조직으로 꾸려진 특별재판부가 유일하다. 제헌 헌법에는 친일파를 처벌할 특별법을 만들도록 하는 조항이 있었다.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고위 법관들에 대한 재판을 통상적 절차에 따라 하는 것이 옳으냐는 문제 제기에는 타당한 측면도 있다. 현재의 무작위 배당 시스템으로 재판부를 정하면 이 사건과 간접적으로 관련돼 있거나 피고인과 친분이 있는 판사가 재판을 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됐을 경우 재판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를 보장하기 어렵고, 사법부를 둘러싼 혼돈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특별재판부 설치에는 신중해야 한다. 법조계에선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에 제출된 박주민 의원 법안에 따르면 이 재판부를 구성할 판사를 선정하는 데 변호사 단체와 ‘학식·덕망이 있는 비법조인’이 참여한다. 이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101조와 충돌한다고 볼 수 있다. 법원 밖 인사가 사법권 일부를 갖는 결과가 빚어지기 때문이다. 피고인은 이런 점을 근거로 ‘부당한 정치적 재판’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통상적 절차에 따라 재판을 하되 공정한 재판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판사가 재판부에 포함된 경우 그를 다른 법관으로 교체하는 방법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외적 특수 상황이라고 설명하지만 한번 특별재판부가 만들어지면 향후 법원을 믿을 수 없다며 별도 재판부를 꾸려 달라는 요구가 잇따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