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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단 가입하면 월 300만원 벌어”…중국동포들 속여 7억원 가로채

중앙일보

입력

“정부의 지원을 받고 정부의 사업을 해요. 고정 월급이 나가요. 200만원에서 300만원.”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사무실. 한 남성이 수 십명이 모인 자리에서 ‘어버이기자단’에 대한 설명을 해나갔다. 이 기자단에 가입하면 최저임금으로 계산해 매달 107만원을 주고, 자신의 단체에서 취재비용 30만원을 준다고 했다. 여기에 올린 기사 한 건당 7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도 했다. 한 달에 200만~300만원은 거뜬하다는 말이다.

이 설명을 듣는 무리는 모두 중국동포였다. 설명 중인 남성은 일부러 이들만 모이게 했다. 안정적 일자리를 얻기 힘들고, 임금·처우에 차별을 받는 중년의 중국동포들의 심리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솔깃한 동포들은 가입비 37만원을 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월회비 3만~5만원, 유니폼비 11만원, 운영비 2만원. 나가는 돈은 끊이질 않는데 정작 들어오는 돈은 없었다.

25일 서울 관악경찰서는 “한 달에 200만~300만원을 벌 수 있다”며 가입비·운영비 명목으로 640명에게 총 7억원 가량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단체 대표 서모(45)씨 등을 포함해 일당 6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이중 서씨는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이달까지 이런 사기 행각을 이어왔다.

이들은 강남구 사무실에 모인 50~80대 중국동포들에게 기자단에 가입만 하면 돈을 쉽게 벌 수 있다고 현혹했다. 기자단에 가입한 동포들에게 ‘기자증’을 만들어주고, ‘PRESS’라고 적힌 유니폼도 나눠줬다. 경찰에 따르면, 교육을 시켜주겠다며 휴대전화로 촬영을 해서 포털사이트 카페에 올리는 방법 정도를 가르쳤다. 그 외 시간에는 농담을 하거나 노래를 불렀다.

경찰이 사기단의 사무실에서 압수한 물품들. 가짜 '기자증'과 명함, 'PRESS'라고 적힌 유니폼이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이 사기단은 '어버이기자단'에 가입하면 "월 200만~300만원을 벌 수 있다"고 속여 총 7억원 가량을 가로챘다. 조한대 기자

경찰이 사기단의 사무실에서 압수한 물품들. 가짜 '기자증'과 명함, 'PRESS'라고 적힌 유니폼이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이 사기단은 '어버이기자단'에 가입하면 "월 200만~300만원을 벌 수 있다"고 속여 총 7억원 가량을 가로챘다. 조한대 기자

동포들은 가입비 37만원을 냈지만 그 외에도 여러 명목으로 뜯기는 돈이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수십만원에서 500만원 가량을 지불한 회원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니폼 납품을 맡긴다며 3000만원 뜯어낸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피해자가 이 사업이 좋다고 판단해 자신의 아들(23)을 사기단의 단체에 취직시키기도 했다. 이 아들은 경찰이 붙잡은 피의자 중 한 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부지원금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구속된 서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나머지 피의자들은 사업이 지체됐을 뿐 정상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심기수 관악서 경제5팀장은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말하는 사업설명회·광고는 주의해야 한다. 정부 지원 사업이라고 설명을 하면 해당 부처에 직접 지원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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