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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허가명의」억대 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미성년자인 날보고 요정에 가라는 거예요. 술만 따라주면 60만원 월수가 보장된다고 속이면서….』
지난해12월 돈을 벌기 위해 상경, 서울 중구 ×직업소개소를 찾았다. 하마터면 윤락녀가 될뻔했던 이모양(19·인천시 효성동)이 아찔했던 순간을 얘기한다. 『큰언니 뻘되는 여상담원의 말이 그럴듯해 따라간 곳이 변두리 룸살롱. 첫날부터 지독한 술시중에 윤락까지 강요해 새벽에 도망쳐 나왔어요.』
『80세 노인이 된 소장에게 거액을 주고 소개소 허가를 빌었으니 본전을 뽑아야할 것 아뇨. 잘못된건 우리가 아니고 「제도」요.』 이에대한 소개소사무장의 당당한(?)변명.
한때 「구직자의 등불」로까지 물리며 실업구제의 한몫을 해온 사설유료직업소개소가 모순된 제도와 행정당국의 외면속에 변칙과 탈선의 늪으로 깊이 빠져들고 있다.
현재 서울 71, 지방 1백71개소 등 전국에 2백42곳이 운영되고 있는 이들 소개소는 모두 당국이 60년대말∼70년대초에 퇴직공직자와 무허소개업 경력자 등을 상대로 허가를 내준 업소들.
그러나 당국이 73년부터 난립방지를 위해 신규허가를 동결, 20년 가까이 독과점상태가 유지되면서 특히 서울의 경우 절반이상업소에서 변칙운영과 불법영업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당시 허가를 받은 업주(소장)들은 모두 70∼80대의 노인으로 변해 은퇴할 시기가 됐으나 허가가 대인·대물허가로 양도나 장소변경이 안돼 자연히 불법대여가 이루어지게 된 것.
그중에는 특히 아들에게 명의를 대여, 「대물림 허가」라는 비난을 받는 사례까지 있는 실정으로 종로 ×소개소의 경우 86세된 고령의 소장을 대신해 아들이 운영하고 있다.
명의 대여비는 수천만원에서 억대에까지 이르며 프리미엄이 붙어 또 다른 사람에게 계속인계가 가능하다.
실제운영자는 허가명의인에게 월급조로 매달 40만∼50만원씩을 주어야하는 부담까지 안아 수익이 큰 불법·변태영업에 나서는 것.
이들의 불법영업에는 ▲미성년자 소개 ▲인신매매 ▲구직자로부터 수수료징수 ▲여자접객부에 대한 과다수수료갈취 ▲2중 소개 ▲구직자소지품 보관 등이 있으며 대부분 2중 장부를 비치, 감독기관의 감사에 대비하고 있다.
이들 불법 영업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 10∼20대 여성. 유흥업소접객부의 수요가 달리게 되자 유흥업소업주들은 소개업자들에게 미리 수백만원씩의 「뇌물」을 주고 걺은 여성의 공급을 부탁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종로 △소개소의 경우 지난해 속칭「미아리텍사스」가의 한 업소로부터 3백만원의 사전 「사례비」를 받은 뒤 5명의 여성구직자를 보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소개소 여상담원 유모씨(32)는 이같은 점을 이용, 1월초 온양·여주 등지의 지방유흥업소 업주들에게 『곧 아가씨들을 보내주겠다』며 모두 1천여만원의 선불을 받아냈다가 구직자가 없어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되자 정신분열증세를 일으켜 병원신세를 지고있다. 또 일단 소개한 뒤 도망쳐 나오게 해 다른 곳으로 보내는 2중 소개도 크게 성행, 청계천5가 Y다방의 경우 지난해 소개소를 통해 고용한 3명의 여종업원이 모두 1개월만에 그만두었으며 이중 두명은 부근의 또 다른 다방에서 1개씩 일한 뒤 달아난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 주인 유모씨(41·여)의 말.
일부 소개소에서는 2중 소개에 잘 따라주는 구직자에게 금반지·지갑 등을 상품으로 주기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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