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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의 「국주」를 누구나 맛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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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의 문배주를 비롯한 10종의 전통민속주를 시판하게 된 것은 담그는 사람의 비법에 따라 계절과 지역에 따라 독특한 맛과 향을 지녔던 「우리의 술」을 실로 오랜만에 되찾는 것이다. 오랜 문화전통을 지닌 우리민족은 술을 담그는데도 많은 경험을 쌓아 품위 있는 술을 만들어냈다.
중국 당나라 사인 이상은이 「일잔신라주준공좌소」(한잔 신라 술의 기운이 쉬 사라질까 두렵구나)라고 읊은 일도 있거니와 우리 전통 술은 많은 명주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일제시대 제조를 억제 당해 왔고 해방이후 양곡부족으로 양곡관리법·주세법 등에 의해 제조가 금지되면서 극히 일부의 가정에서만 전통민속주의 명맥이 이어져왔다.
문공부는 최근 몇해전부터 국세청에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공개를 목적으로 하는 주류제조 때는 주세를 감면하고 ▲증류식 제조법에 의한 주류(소주)의 제조면허를 내주며 ▲국가적 경축행사와 외교사절영접에 우리민속주를 쓸수 있도록 주세법과 주세사무처리규정을 고치도록 요구해 왔다. 그것은 민속주를 문화재적 차원에서 전승할 수 있도록 제조기능을 가진 사람의 제조(일정량)를 지원하고 나아가 증류주를 포함하여 한국을 대표할만한 개성있는 토속주를 개발할 수 있도록 제조면허를 내주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사실 우리에게는 변질된 막걸리와 소주만이 우리 술로 남아있고 나머지는 다 양주의 아류뿐이다. 따라서 우리 고유의 술이라고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 소련이 보트카를, 중국이 마호타이를, 프랑스가 포도주를, 영국이 위스키를 자기들의 술이라 할 때 우리는 우리 술이라고 할 것이 없는 실정이다.
문공부는 83년 전국의 향토명주를 조사하여 20여종의 민속주를 선정하고 지난해3월 문화재위원과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10종의 민속주를 국가·시·도 지정 전통민속주로 선정하고 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그것은 문화재보호법으로 기능보유자에게 지원금을 주고 전승·공개도 지원하여 민속주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한편 제조면허를 내주도록 국세청 등에 무언의 압력을 가한 것이기도 했다. 문공부는 이같은 과정을 거쳐 우리의 품위 있는 전통민속주가 일반에 자리잡아 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왔다.
문공부는 전통민속주를 지정하고 제한된 유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국세청으로부터 『특정민속주의 제조면허를 내주는 것은 특혜의 소지가 있다』『다른 민속주제조기능보유자의 항의를 받아들일 때 너무 많은 증류의 술이 유통되게 되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에 부닥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공부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금까지의 전통민속주 지정에는 전문가들에 의한 엄정한 조사와 판단이 있었다』고 말하고 『앞으로 더 좋은 민속주와 제조기능이 발견되면 당연히 전통민속주로 지정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민속주가 제조면허를 받지 못한 것은 일부 시장을 과독점하고 있는 주류제조회사들의 압력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들 회사들의 이해 때문에 전통민속주가 국민에게서 멀어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민속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말한다.
전통민속주가 시판될 때 주질·유통구조 등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있어야한다.
우선 전통적 제조기법이 제대로 지켜져 본래의 맛을 내야한다. 다량 생산을 위해 제조기법의본질이 바뀌어져 얼치기 민속주가 나와서는 안된다.
전통민속주는 소주류·곡주류·약용주류로 나누어진다. 문배주·안동소주가 소주류이고, 경기동동주·한산소국주·경주교동 법주·김천 과하주·경기 계명주·김제 송순주는 곡주다. 면천 두견주·이리 이강주는 약천주에 속한다. 이들 민속주의 맛과 향·제조법을 알아본다.

<문배주>
밀·좁쌀·수수를 재료로 하여 만드는 소주로 그 향기가 문배나무의 과실에서 풍기는 것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엷은 황갈색의 향긋한 술로 알콜도수가 48%까지 높아진다. 밀로 누룩을 만들고 좁쌀을 져 밑술을 만든다. 독에 10여일정도 담갔다가 소나무장작을 이용해 증류한다. 이 술은 고려시대 때부터 빚어겼다고 전해진다.

<두견주>
두견주는 가향주다. 향을 내기 위해 두견화, 즉 진달래꽃을 쓰는데 진달래꽃에는 꿀이 많아 술에 단맛이 들게 된다.
밀로 누룩을 만들고 쌀가루로 밑술을 만든다. 그늘진 곳의 만개한 진달래꽃을 따서 꽃술을 빼고 화기·양기가 없고 바람이 통하는 곳에 말린다.
밑술·누룩가루를 함께 넣고 두견화를 켜로 섞는다. 독에 넣어 50일정도 숙성시킨다. 담황색이 나고 단맛이 돌면서 향취가 천하일품으로 이름높다. 주도는 2l%정도.

<경주 교동법주>
경주에 있는 최씨 종가댁(속칭 최부잣집)에서 여러 대에 걸쳐 빚어온 비주다. 현재 기능자인 배영신씨가 9대째 이어오고 있다.
맑고 투명한 미황색을 띠며 곡주특유의 향기로운 냄새와 감미에 약간의 산미를 갖는 부드러운 맛이다. 알콜함량은 16∼18%. 오래 둘수록 주질이 향상된다.

<경기 동동주>
약간 불투명한 담황갈색으로 보기에 일반약주와 유사하나 신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알콜도수는 l6%정도.
찹쌀밥알이 동동 뜨게 빚어져 개미가 떠 있는 것과 같다고 하여 부의주로 불린다.

<소국주>
일명 한산주라 하여 예부터 전국에 알려진 명주. 마실때는 취하지 않는데 자리에서 일어나려면 일어날수 없다하여 「앉은뱅이 술」이라고도 한다.

<송순주>
소나무 순을 넣어 만든 술이다. 알콜도수 25%내외로 맑은 독특한 누른색을 띤다. 위장병·신경통에 특효가 있다고 동의보전에도 기록되어 있다.

<이강주>
배즙·생강·계피 등을 넣어 만드는 약용주. 30%정도의 주도를 가지고 있다. 달면서 매운 맛을 낸다. 위장·피로회복에 좋다고 한다.

<과하주>
김천의 과하천에서 나오는 샘물로 빚은 이 술은 여름 무더위를 넘겨도 변치 않는다고 한다. 찹쌀로 만들고 손에 묻으면 끈적끈적할 정도로 진한 술이다. 청주의 일종이나 23∼25%까지 알콜도수가 높다. 단맛과 쓴맛이 난다.

<안동소주>
한때 「제비원 소주」로 시판되어 유명하였다. 향기가 높고 그윽하다. 고려때부터 양조되었다.

<계명주>
탁주와 비슷한데 단맛이 많아 일명「엿탁주」로 불린다. <천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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