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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밤 먹이고 문밖 세워놓고…유치원 교사 학대? 훈육?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달 초 전북 완주군 한 사립 유치원에서 20대 여교사가 본인이 돌보던 다섯 살배기 아이들의 머리를 쥐어박는 모습 등이 담긴 폐쇄회로TV(CCTV)가 공개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사건이 갈림길에 놓였다. 해당 유치원생들을 면담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의견에 따라 경찰이 최종적으로 아동학대냐, 훈육이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경찰 안팎에선 애초 유치원 CCTV 장면이 전후 맥락이 생략된 채 공개돼 일부 오해를 산 측면이 있다는 얘기도 나와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5세 아이들 쥐어박고 내쫓는 CCTV 파문 #경찰 안팎 "전후 맥락 생략돼 오해 사" #여교사 "터치 있었지만 훈육 차원" 해명 #반 전체 학생 20명 잠정적 피해자 #아동전문기관과 협의해 범죄 여부 판단

완주경찰서는 24일 "아동학대 의혹을 받는 전 유치원 교사 이모(25·여)씨에 대해 내사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 범죄 사실이나 전체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서다. 당초 '경찰은 아동학대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이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알려졌지만, 아직은 그 전 단계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경찰은 가해자로 지목된 이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CCTV와 피해 아동 상담 내용 등을 토대로 사실 관계 확인에 주력하고 있다.

이달 초 전북 완주군 한 유치원에서 여교사 이모(25)씨가 아이들의 머리를 쥐어박고 있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TV(CCTV) 영상 캡처. [사진 학부모]

이달 초 전북 완주군 한 유치원에서 여교사 이모(25)씨가 한 아이의 볼을 잡고 흔드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TV(CCTV) 영상 캡처. [사진 학부모]

이씨는 경찰에서 "꿀밤 등 아이들에 대한 터치(신체적 접촉)는 있었지만, 훈육 목적이나 주의 환기 차원에서 그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가 한 아이를 발로 차는 CCTV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씨는 "'친구한테 발로 차면 안 된다'고 얘기를 했는데 아이가 못 알아 들어 그 아이가 한 대로 흉내를 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실제 CCTV 확인 결과 앞 화면에는 해당 아이가 누운 채 옆에 있던 다른 아이를 발로 차는 모습이 찍혔다.

CCTV에서 이씨가 한 아이의 볼을 잡고 양쪽으로 흔드는 장면도 논란의 대상이다. 이씨는 "주의가 산만한 아이들과 얘기할 때는 눈을 마주치고 대화한다"며 아동학대 혐의를 부인했다. 이씨가 아이들을 유치원 출입문 밖으로 내보낸 장면에 대해서도 그는 "다른 아이들이 지켜보는 데서 혼내는 건 잘못된 교육 방법이다. 유치원 안이 소란스러워 아이와 단둘이 밖에 나가 '왜 그랬니' 물어 보고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훈육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아직까지 이씨의 모든 행위에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하기엔 애매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학부모들은 아동학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경찰은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장면이 찍힌 CCTV 영상과 이씨 조사 자료 등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보낸 상태다. 아동 교육 전문가들에게 해당 행위가 아동학대가 맞는지, 아니면 훈육 범위에 들어가는지 의견을 듣기 위해서다.

이달 초 전북 완주군 한 유치원에서 여교사 이모(25)씨가 남자아이의 머리를 쥐어박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TV(CCTV) 영상 캡처. [사진 학부모]

이달 초 전북 완주군 한 유치원에서 여교사 이모(25)씨가 한 남자아이를 출입문 밖으로 내쫓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TV(CCTV) 영상 캡처. [사진 학부모]

이미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해당 아동들에 대한 면담 및 심리 검사 등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 해바라기센터 전문 조사관과 학부모들도 동참했다. 경찰은 당초 학부모 신고가 들어온 아동 12명만 조사했지만, 최근 이씨가 맡았던 6세(만 5세) 반 학생 20명 전체를 잠정적인 아동학대 피해 대상으로 보고 나머지 아동 8명에 대해서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상담을 의뢰했다.

경찰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 분석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씨에 대한 아동학대 혐의 적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교사 관리 및 아동 보호 책임이 있는 유치원 원장에 대해서도 입건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유치원 측은 사건이 불거지자 지난 8일 이씨를 해고했지만, "학대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했다.

완주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관계자는 "피해자가 아동인 데다 10명 이상이어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일괄적으로 조사가 이뤄지다 보니 수사가 더디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한 곳이) 유치원이라는 특수성이 있고,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교사로서 훈육 역할이 있다"며 "(일부 행위가) 아동학대와 훈육의 경계선에 있어 전문가 의견을 참고해 수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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