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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첫 우승+세계 1위까지...제주를 '약속의 땅'으로 만든 켑카

중앙일보

입력

21일 열린 CJ컵 4라운드 8번 홀에서 퍼팅 라인을 읽는 브룩스 켑카. [사진 JNA GOLF]

21일 열린 CJ컵 4라운드 8번 홀에서 퍼팅 라인을 읽는 브룩스 켑카. [사진 JNA GOLF]

2017-2018 미국프로골프(PGA) 올해의 선수 브룩스 켑카(28·미국)가 한국 유일의 PGA 투어 대회 더 CJ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켑카는 21일 제주 서귀포의 클럽 나인브릿지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8개, 보기 2개로 8타를 줄여 합계 21언더파로 게리 우드랜드(미국·17언더파)를 4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처음 한국을 찾아 대회 내내 우승권 실력을 자랑하던 켑카는 우드랜드의 추격을 뿌리치고 이 대회 우승 트로피에 자신의 한글 이름을 새겼다. 2018-2019 시즌 첫 우승이자 PGA 투어 대회 개인 통산 5승을 거둔 그는 우승 상금 171만 달러(약 19억3000만원)도 받았다. 메이저 대회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제외하곤 가장 상금이 많다. 또 이번 우승으로 남자 골프 세계 랭킹 1위로도 올라섰다. 개인 첫 세계 1위다.

21일 열린 CJ컵 4라운드 9번 홀에서 티샷을 시도하는 브룩스 켑카. [사진 JNA GOLF]

21일 열린 CJ컵 4라운드 9번 홀에서 티샷을 시도하는 브룩스 켑카. [사진 JNA GOLF]

전날 보기 없이 버디 5개로 1~3라운드 합계 13언더파를 기록하면서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켑카는 초반 들쭉날쭉했다. 2번 홀 보기를 시작으로 3번 홀 버디, 4번 홀 보기, 5번 홀 버디 등 '냉-온'을 오갔다. 6번 홀 버디로 전반 9개 홀에서 1타를 줄이는데 그친 사이, 전반에만 6타를 줄인 우드랜드의 추격이 매세웠다. 9번 홀을 마치자 켑카와 우드랜드는 어느새 공동 선두까지 형성됐다.

21일 열린 CJ컵 4라운드 9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시도하는 브룩스 켑카. [사진 JNA GOLF]

21일 열린 CJ컵 4라운드 9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시도하는 브룩스 켑카. [사진 JNA GOLF]

10번 홀에서 켑카가 버디, 우드랜드가 보기를 기록해 1타 차 경쟁이 유지됐던 승부는 16~17번 홀에서 갈렸다. 먼저 경기를 치르던 우드랜드는 파3 17번 홀의 티샷이 벙커에 빠졌고 결국 보기를 기록했다. 반면 뒷조에서 경기를 치른 켑카는 파4 16번 홀에서 기적같은 칩샷을 성공시켰다. 켑카는 벙커에서 시도한 두 번째 샷이 홀 왼쪽의 벙커 앞에 떨어졌다. 그러나 여기서 시도한 칩샷이 그린 위에서 홀을 향해 힘있게 굴러가곤 그대로 홀컵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갤러리들 사이에서 가장 큰 환호가 터져나왔다. 주관방송사인 미국 NBC는 곧바로 '오늘의 샷(shot of the day)'으로 켑카의 이 칩샷을 꼽았다. 켑카는 우승을 사실상 확정지은 마지막 18번 홀에서도 이글까지 성공시키면서 자축했다.

21일 열린 CJ컵 4라운드 10번 홀에서 브룩스 켑카가 시도하는 티샷을 많은 갤러리들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 JNA GOLF]

21일 열린 CJ컵 4라운드 10번 홀에서 브룩스 켑카가 시도하는 티샷을 많은 갤러리들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 JNA GOLF]

지난해 위력을 발휘했던 나인브릿지 특유의 강풍은 올해는 없었다. 초속 10m 이상 불던 첫 라운드를 제외하곤 2~4라운드엔 잠잠했다. 1언더파로 무난하게 시작한 켑카는 제주 특유의 강풍이 멎은 2라운드부터 펄펄 날았다. 특유의 장타가 위력을 발휘했고, 날이 갈수록 퍼트도 좋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강한 멘털을 과시하던 그는 바람이 멎고 내내 선두를 지킨 끝에 정상에 올랐다. 이번 우승으로 그는 남자 골프 세계 랭킹 1위로도 올라서는 겹경사도 이뤘다. 말 그대로 켑카에겐 제주가 '약속의 땅'이 됐다.

제주=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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