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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제품 출시 전 MVP 만들어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32)

제품개발 시 많은 창업가가 말하는 완벽성은 고객이 아닌 본인의 만족을 위한 경우가 종종 있다. [사진 pixabay]

제품개발 시 많은 창업가가 말하는 완벽성은 고객이 아닌 본인의 만족을 위한 경우가 종종 있다. [사진 pixabay]

제품개발 시 많은 창업가가 제품의 완벽성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완벽성이라는 것이 고객이 아닌 본인의 만족을 위한 경우가 자주 있다. 이때 나타나는 부작용으로는 무의미한 초과 비용 및 개발 시간의 발생, 조직의 창의성 및 의욕 저하, 고객이 원하지 않는 제품의 탄생 등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제품 기능 추가의 유혹을 떨쳐야

제품을 개발하다 보면 이 기능이 추가되면 왠지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들게 된다. 다다익선의 정신으로 기능이 많을수록 고객 반응이 더 좋을 것 같다는 환상 때문일 것이다. 또 이렇게까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하는데 하늘이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는 기도하는 마음도 생긴다.

언제 이런 기능 추가의 유혹에서 벗어날지 아는 것은 제품개발에서 중요한 요소다. 고객이 원하는 최소한의 기능만 탑재한 제품을 일단 빠르게 출시해서 고객과 시장을 검증해 가는 방법인 최소 유효 제품(Minimum Viable Product, 이하 MVP) 방법을 상기해 가면서 무엇을 더 할 지보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에 집중해야 한다.

여행 선물로 큰 인기를 여전히 얻고 있는 스위스 나이프가 ‘편리한 휴대성’이라는 유일의 기능을 절대 고수한다는 원칙을 중심으로 여러 기능이 조합되었다는 것을 기억하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스위스 군용 칼. '편리한 휴대성'이라는 유일의 기능을 절대 고수하여 여행 선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publicdomainpictures]

스위스 군용 칼. '편리한 휴대성'이라는 유일의 기능을 절대 고수하여 여행 선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publicdomainpictures]

기능의 다양성과 복잡성이 증가할수록, 제품개발 시간과 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은 상식이다. 더군다나 고객이 원하지 않는 기능을 넣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입한다는 것은 자원이 매우 열악한 스타트업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한다. 고객이 원하는지를 제품개발 초기 단계에서 빨리 알아내기 위해 위에서 언급한 MVP를 만들어 고객의 반응을 제한적으로나마 살피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 반응을 토대로 제품개발의 완성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제품개발이 끝나지 않은 초기 버전을 고객에게 평가받으면 비판이 따라오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그러나 MVP 평가 과정에서 나오는 비판이 두려워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출시한 제품은 개선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큰 손해를 입는다.

MVP를 만들어 주변 지인 등 초기 고객의 반응을 통해 어떤 기능이 강화되고, 개선되어야 하며, 추가되어야 하는지 가늠하도록 하자. 이를 반영해 다음 버전의 MVP를 만들고 킥스타터와 같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통해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지속적인 제품개발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제품개발을 할 때 명심해야 할 것은 겸허하고 열린 마음으로 비판을 경청하는 자세다. “내가 제일 잘났어. 이 분야에서 내가 제일 잘 나가. 너희가 나만큼 알아”라는 자만심이 가득한 마음으로는 고객의 반응을 제대로 가늠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고객 비판 두렵더라도 MVP 멈추지 말아야

제품개발은 단순히 개발자들끼리 연구실에 갇혀 개발에만 몰두하는 작업이 아니다. 일당백의 경영 정신으로 기민하게 움직여야 하는 스타트업은 더더욱 개발자가 고객과 직접적인 만남을 갖고 수많은 가설과 결과물을 테스트해야 한다.

이는 개발실에만 갇혀 있는 때보다 큰 비용과 시간을 발생시킨다. 지금 당장의 돈과 시간으로만 따지면 빠른 MVP의 출시를 통해 고객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은 낭비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듦으로써(반대로 사업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기도 한다) 정식 제품 출시 이전에 고객과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면에서 스타트업에게는 얻으면 얻었지 잃을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제한된 자원으로 시장을 만들어가야 하는 스타트업에게 돈과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제품개발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과 시간을 미리 계산해보고 그 안에서 무엇이 가능한지 결정해야 한다.

제품 기능의 추가는 내가 제일 잘 나간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함이 아니다.  제품 기능은 나의 지식과 경험의 원대함을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고객이 절박하게 원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마음이 건강하지 않았다고 밝히는 전인지 프로. [하나은행 챔피언십 조직위원회]

마음이 건강하지 않았다고 밝히는 전인지 프로. [하나은행 챔피언십 조직위원회]

이른 성공 이후에 찾아온 긴 슬럼프와 갖은 악플·루머를 이겨내고 국제 골프 대회에서 다시 우승을 차지한 전인지 프로가 “할머니의 ‘건강해야 돼’라는 한마디가 큰 힘이 됐다”는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고객과 시장의 쓴소리와 비판은 무조건 무시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모두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고객의 반응에 대해 건강한 철학과 문화를 지켜가면서 자신의 안목과 주변의 자문을 통해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때로는 조잡한 초기 개발 버전에 대해 개발자 자존감에 상처를 주는 고객 반응이 발생해 제품개발의 방향에 큰 혼란을 주고 스타트업 멤버들을 고통에 빠지게 한다. 그래도  용기를 내 MVP를 출시해 가면서 통해 제품을 개발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 겸임교수 jkim@amplus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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