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서 파는게 목표? 이런 스타트업 곧 망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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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30)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탄탄한 고객기반과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는 기업에 장기 투자함을 원칙으로 삼는다. [중앙포토]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탄탄한 고객기반과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는 기업에 장기 투자함을 원칙으로 삼는다. [중앙포토]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왜 스타트업에 투자하지 않을까? 워런 버핏은 탄탄한 고객기반과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는 기업에 장기 투자함을 원칙으로 삼는다고 한다. 워런 버핏에게 스타트업은 이 범주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비즈니스 모델을 잠재적 고객을 통해 검증해 내며 생존해야 하는 아슬아슬한 기업이다.

기업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반복 구매하도록 해야 한다. 제품과 서비스는 고객 때문에 살고, 고객 때문에 죽는다. 제품에 특별한 가치를 담아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유치해야 한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누구를 위해 만드는 것인가?

의외로 그 대상은 고객이 아닌 투자자, 언론, 정부기관인 경우가 많다. ‘그로스헤킹(Growth Hacking. 제품 및 서비스의 개선사항을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즉각 반영해 성장을 유도하는 온라인 마케팅 기법)’을 해 조회 수는 늘고 추가 투자 유치에 성공하지만, 이상하게도 충성 고객은 부족하다.

제품 개발의 최종 목표는 고객 만족

이런 스타트업은 결국 자금이 고갈 나기 마련이고 다시 고객이 아닌 자금을 제공할 투자자, 잠재적 인수자, 또는 정부지원을 의식한 제품을 기획하게 된다. 물론 정부나 투자자도 다른 의미의 고객이 될 수 있다.

기업이 만드는 제품 개발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고객 만족에 있다. 이를 간과하면 투자자도 결국 외면하게 될 것이다. [사진 pixabay]

기업이 만드는 제품 개발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고객 만족에 있다. 이를 간과하면 투자자도 결국 외면하게 될 것이다. [사진 pixabay]

그러나 기업이 만드는 제품 개발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고객 만족에 있다. 이를 간과하면 투자자도 결국 외면하게 될 것이다. 사업 목적을 투자유치 또는 피인수에 두고 해외에서 앞선 트랜드를 도입해 잽싸게 사업화를 했다가 사라져간 스타트업이 부지기수다. 혹 그럴싸하게 만들어 투자유치나 피인수되는 기회를 잡더라도 고생한 것에 비해 보상이 크지 않다. 이런 스타트업이 만든 제품은 잠깐의 기쁨을 주지만 결국 우스꽝스러운 흉물이 될 뿐이다.

고객이 없는 제품은 제품이 아니라 기획이다. 고객을 만나 이야기다운 이야기도 직접 나눠보지 않은 기획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정부기관, 언론과 투자 기관으로부터 받은 인정이 고객과 시장에서도 통하리라 여기면 착각이다. 고객과의 오랜 교감 없이 제품을 개발할 수 없다.

고객은 난생처음 보는 스타트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는다. 고객이 느끼는 위험을 제거해줘야 구매한다. 스타트업은 위험스런 도전을 한다고 하지만, 그 위험을 고객도 함께 감수해야 한다고 당연시하는 순간 망한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

스타트업은 사업상 위험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고객의 마음을 얻는다면 위험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아무리 투자 유치를 잘하고 인수자가 많아도 고객의 마음을 얻을 수 없는 제품과 서비스로는 스타트업의 위험을 낮추지 못한다.

제품 개발에서 명심할 3대 이슈

첫째, 소비자의 일상적 삶의 관찰을 통해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낸다.

둘째, 소비자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최소한으로 갖춰야 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파악해 이를 토대로 제품을 만들어 고객이 검증하게 한다. ‘MVP(Minimum Viable Product. 고객의 반응을 파악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핵심기능을 갖춘 제품이나 서비스)’ 검증이 끝난 후 정식 제품 출시를 위해 여러 요소를 집어넣고 확장하면 된다.

셋째, 많은 창업가가 자신이 곧 시장이라며 자만하다 실패한다. 자만심이 지나치다 보면 고객의 실질적 필요를 무시하고 본인의 뜻을 고집함으로써 창업가 스스로가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최대 방해물이 되기도 한다.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 겸임교수 jkim@amplus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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