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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수치로도 6.5%, 중국 성장률 비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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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호 01면

뉴스분석 

중국 경제성장률이 9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무역전쟁 상흔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국가통계국은 “올 3분기(7~9월)에 경제가 6.5%(지난해 같은 기간 기준) 성장했다”고 19일 발표했다. 미국발 금융위기 와중인 2009년 1분기 이후 9년 반 만에 최저 수준이다. 그때 중국 경제는 6.2% 성장했다. 올 3분기 성장률은 서방 전문가들의 예상치 6.6%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과 무역전쟁 드러나는 상흔 #분식 의혹에도 9년 만에 최저 #서방 분석가들은 5% 선으로 추정 #내년에는 6.1%로 하락 전망까지 #내달 G20서 실마리 찾을지 관심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중국 성장률은 올해 들어 1분기 6.8%, 2분기 6.7% 순으로 하향 추세였다. 미·중 무역분쟁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추진한 빚 줄이기(deleveraging) 탓으로 풀이됐다. 그런데 3분기에 전분기보다 0.2%포인트 낮아진 6.5%에 그쳤다.

올 3분기는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시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 6월 중국 수출품 340억 달러어치에 보호관세 25%를 매기기 시작했다. 이어 8월엔 160억 달러어치에 25%, 9월엔 2000억 달러어치에 10%를 부과했다. 글로벌 경제분석회사인 IHS마킷 라지브 비즈워스 아태지역 수석분석가는 이날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무역전쟁으로 중국 제조업 활동이 상당히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 9월 산업생산은 한 해 전 같은 기간과 견줘 5.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예상치는 6% 증가였다. 중국 제조업체 대부분이 수출기업들이다.

올 3분기 성장률은 중국 정부의 올해 성장 목표치와 같다. 비즈워스는 “공식 숫자상으론 골프에서 이븐파(even par)는 한 셈”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최근 서방 분석가들 사이에선 중국 정부가 무역전쟁 상흔을 감추기 위해 숫자 마사지(분식)를 공격적으로 한다는 설이 파다했다. 미국과의 무역분쟁에도 올 1~2분기 중국 성장률이 목표치(6.5%)를 웃돌아서다. 그 바람에 영국 경제분석회사인 캐피털이코노믹스가 물류 규모와 전기 생산량 등을 바탕으로 추정한 성장률(China Activity Proxy)을 시장은 주목해 왔다. 중앙SUNDAY가 입수한 올 3분기 추정 성장률은 5% 선이다(그래프). 중국의 공식 성장률보다 약 1.5%포인트 정도 낮다. 5% 성장률이라면 중국 경제에선 침체나 다름없다.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분식에도 3분기 성장률이 최근 9년 사이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셈이다. 서방 분석가들은 올 4분기 공식 성장률도 6.5%로 예측했다.

급기야 이날 중국 경제의 야전사령관인 류허(劉鶴) 부총리가 진화에 나섰다. 그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관영 신화통신의 합동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마찰이 증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심리적인 영향이 실질적인 영향보다 훨씬 크다”면서 “미·중 양국은 무역 마찰을 해결하기 위해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류 부총리가 말한 증시 영향은 하루 전인 18일 상하이 주가 급락을 두고 한 말이다. 상하이 주가는 19일 성장률 발표 전후 약세를 보이다 장 후반에 2.5% 정도 반등했다.

IHS마킷 라지브는 “한국은 앞으로 무역전쟁 흐름에 따라 두 가지 측면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첫 번째는 직접적인 대중국 수출 감소다. 두 번째는 “위안화 약세에 따른 한국 수출 경쟁력 하락”이라고 라지브는 말했다.

라지브는 “미·중 두 나라가 다음달 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트럼프는 내년 1월 중국 수출품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율을 현재 10%에서 25%로 인상할 것”이라며 “그 상황이 되면 중국뿐 아니라 한국 등도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IHS마킷은 내년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6.1%까지 낮췄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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