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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도 속는 사기 … 세상에 공짜 없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06호 32면

책 속으로

속임수의 심리학

속임수의 심리학

속임수의 심리학
김영헌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베테랑 수사관이 본 사기의 실체 #대박 꿈꾸고 권력에 약한 우리들 #‘지나치게 좋아 보이면 의심하라’

“대한민국에 전문가가 어디 있어? 사기꾼 빼고.” 영화 ‘부러진 화살’(2011년)에 나오는 대사다.

『속임수의 심리학』은 잠재적 사기 피해자를 사기 예방 전문가로 만들기 위해 쓴 책이다. 심리학의 성과와 실제 발생한 국내외 사례를 접목했다.

저자 김영헌은 25년 차 베테랑 검찰 수사관이다. 현직 검찰청 수사과장인 그는 ‘사기 전문가’로서 금융감독원, 서울시, SK그룹 등 곳곳에서 강연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욕망·신뢰·불안을 사기의 3대 키워드로 꼽는다. 사람에게 욕망이라는 게 없다면, 사회가 일단은 신뢰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경제가 사람들의 오늘과 내일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는다면, 사기는 불가능하다.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1450~1516)가 그린 ‘사기꾼’. [사진 요크 프로젝트]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1450~1516)가 그린 ‘사기꾼’. [사진 요크 프로젝트]

『속임수의 심리학』에서 사기 피해자의 특징, 사기꾼의 특징, 사기 예방 전략을 추출해보자. 피해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사기는 연령·교육수준·성별 등 인구학적 특성을 가리지 않는다. 젊은 층도 첨단 기술 사기에 약하다. 연륜 있는 장·노년층도 잘 속는다. 전문직 종사자도 사기꾼의 꾀에 넘어간다. 피해자는 대박을 꿈꾼다. 권력에 약하다. 돈이 궁한 사람들이 많다. 공짜를 좋아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믿지 않고 ‘공짜는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남의 말을 너무 잘 믿는 착한 사람들이다. 사기를 당한 후에도 사기꾼을 옹호하는 피해자도 많다고 한다.

사기꾼들의 특징은? 모르는 사람보다는 아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의리를 중시하는 학연·지연 문화를 파고든다. 사기꾼은 사기에 취약한 사람인지 아닌지 한눈에 알아본다. 타고난 심리 전문가다. 예비 희생양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맞춤형’ 미끼를 던진다. 상대 행동을 거울에 비추듯 따라 하는 ‘미러링’, 똑같지는 않고 유사한 행동을 하는 ‘매칭’ 등 바디랭귀지에도 능하다. 높은 사람과 찍은 사진으로 자신의 ‘굉장한’ 인맥을 과시한다. 사기꾼은 자신만만하다. 거짓말할 때도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는 ‘포커페이스’다. 자신의 범죄를 쉽게 합리화할 수 있다. 변명을 참 잘한다. 일반인보다 죄책감을 덜 느낀다. ‘성경에 손을 얹고 맹세하건대’와 같은 말을 너무 쉽게 한다. 만날 때마다 말이 조금씩 달라진다. 여성을 사기의 타깃으로 삼는 경우, 여성은 ‘능력 있는 남자, 헌신적인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렇다면 예방법은? 저자의 이 한마디만 명심해도 대부분의 사기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지나치게 좋아 보이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평소와 다른 것을 잡아내라’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라’ ‘과감하게 넘겨짚어라’를 ‘3대 속임수 간파 기술’로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나가는 말’에서 “나쁜 사람은 없다. 나쁜 상황만 있는 거지”라는 영화 ‘신과 함께 2’의 대사를 인용한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시대의 개막이 부를 대량실업 같은 나쁜 상황은 사기의 전성시대를 동시에 개막할 가능성이 있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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