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가 자기 학과 편입한 아들에 8과목 올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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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국립대인 서울과학기술대(서울과기대)에서 근무 중인 교수 A씨가 자기 아들에게 전과목 최고평점(A+)을 준 일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에선 이를 ‘대학판 숙명여고 사건’이라고 부른다.

서울과기대 확인, 자체 감사 중 #아들 재학중 강의 수 늘린 의혹도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서울과기대 교수 아들이 아버지 수업을 8과목 수강하고 모두 A+를 받은 일이 확인돼 학교 측이 자체 감사를 진행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A교수 아들은 다른 학교에 다니다 2014년 아버지 학과에 편입했다. 이후 아들은 아버지 A교수의 수업에서 모두 A+를 받았다. 아들은 한 수업에서 낮은 성적을 받자 아버지가 담당하는 수업을 재수강해 A+로 성적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A교수가 아들이 학교에 다니는 동안 강의 수를 늘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의원은 한 학기 평균 3과목 이하로만 강의하던 A씨가 아들의 편입 이후 강의를 5~6개 늘렸다고 지적했다. 아들이  졸업한 후에는 2개 이하로 줄인 일도 확인됐다.   교수 아들은 편입 전 다른 학과에 다녔지만 면접에서 심사위원 3명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아 300점 만점에 288점으로 공동 2등을 했다.

특히 당시 학교 입학관리처에서 자녀가 있으면 신고하라고 했지만 A교수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교육부 종합감사와 2015년·2017년 국회 국정감사 요구자료에서도 이 사실을 누락했다.

또 서울과기대에서는 한 직원의 자녀 3명이 모두 이 학교나 산학협력단 등에 근무 중인 것으로 밝혀져 별도의 감사가 진행 중이다.

이보형 서울과기대 사무국장은 “지난 5일 자체 특별감사반을 구성해 해당 의혹의 사실관계를 확인했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며 “감사를 통해 비위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 규정에 따라 교원 징계, 학생의 성적·입학 취소, 채용 취소 등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자체조사만으로 의혹을 밝히는 게 어렵다고 판단되면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전민희·정은혜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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