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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영화] 시원 액션/엉뚱 코미디/휴먼 드라마 골라 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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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면

◆ 짝패

주연: 류승완·정두홍·이범수
장르: 액션
등급: 18세 (www.zzakpai.com )
20자평: 죽음을 겁내지 않는 사내들의 호쾌한 한판 승부

◆ 생,날선생

주연: 박건형·김효진
장르: 코미디
등급: 15세 (www.ssem2006.co.kr)
20자평: 엉성 엉뚱 황당한 학원 코미디

◆ 호로비츠를 위하여

주연: 엄정화·박용우·신의재
장르: 드라마
등급: 전체 (www.mypiano2006.co.kr)
20자평: 엄정화 호연, 좋은 음악, 밋밋한 드라마

서울 충무로에는 묘한 전통이 있다. 명절 성수기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한국 영화끼리는 가급적 개봉일을 다르게 잡는다는 것이다. 몇몇 극장에서만 상영하는 예술영화가 아닌 전국적으로 개봉하는 상업영화에서는 경쟁이 치열할수록 충분한 상영관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웬만하면 흥행 맞대결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담겨 있다. 그러나 25일에는 이례적으로 한국 영화 세 편이 나란히 개봉했다.

남자들의 비정한 주먹 세계를 다룬 액션 영화 '짝패'(감독 류승완), 천재 소년 피아니스트의 성공담을 담은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권형진), 날라리 교사의 좌충우돌 소동을 그린 코미디 영화 '생,날선생'(김동욱)이다. 세 편 모두 자기 색깔이 분명한 영화인 만큼 관객에게는 '골라 먹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짝패'는 제목이 암시하듯 주먹깨나 쓴다는 두 사내가 합세해 악의 세력을 응징하러 나선다는 내용이다. 배경은 '온성'이라는 가상의 지방 소도시. 조용했던 이곳이 관광특구로 지정되면서 일확천금을 노린 악의 세력이 활개친다. 고향의 평화를 지키려던 왕재(안길강)는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형사로 일하는 태수(정두홍)가 조문차 내려온다. 태수는 어린 시절 친동생처럼 여겼던 석환(류승완)과 힘을 모아 범인 찾기에 나서지만 서울 깡패들과 결탁한 고향 친구 필호(이범수)가 이들을 배신하면서 갈등이 커진다.

영화감독 류승완과 무술감독 정두홍은 대역 없이 직접 온몸으로 때리고 부수며 생생한 액션을 보여준다. 이들은 길거리에서 악의 사주를 받은 불량 청소년 100여 명을 맨손으로 상대하고, 악의 본거지인 '운당정'이란 요정에 쳐들어가 죽기살기로 싸운다. 몸과 몸이 격렬히 부딪치는 격투 장면은 오랜만에 짜릿한 액션의 쾌감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면서 돈으로 얼룩진 개발.투기 열풍에 대한 강한 비판의식도 엿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호로비츠를…'는 피아노 연주를 소재로 잔잔한 휴먼 드라마를 보여준다. 주인공은 변두리에 피아노 학원을 차린 노처녀 지수(엄정화). 그는 이사 첫날 메트로놈(음악의 박자를 정확하게 나타내는 기계)을 훔쳐 달아나는 경민(신의재)을 만나게 된다.

알고 보니 경민은 부모 없이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온갖 구박을 받는 천덕꾸러기 소년이었다. 지수는 경민에게서 천재성을 발견하고 본격적인 피아노 교육에 팔을 걷어붙인다. 그러나 지수는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고 말썽만 부린다. 그렇게 아웅다웅하면서 지수와 경민은 마치 어머니와 아들처럼 진한 애정이 통하는 관계가 된다. 이들 곁에는 동네 피자가게 주인 광호(박용우)가 맴돌며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드라마에 '양념' 역할을 한다.

제목은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1904~1989)에서 따왔다. 영화 중간 중간에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흐르며 관객들에게 간접적으로 고전음악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한다. 한가지 흠이라면 결말이 너무 뻔하게 예상된다는 점이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보여준 음악천재의 피할 수 없는 비극성은 없다.

'생,날선생'은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학원 코미디물이다.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흥청망청 놀고 먹던 주호(박건형)는 어느 날 갑자기 고교 수학교사로 가게 된다. 교직이라는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강요 때문이다. 당연히 학업에는 뜻이 없고 학생처럼 땡땡이나 치면서 적당히 시간을 때우려 한다. 그러던 중 원칙주의자 음악 교사 소주(김효진)를 만나 허구한 날 티격태격한다. 이 영화는 아무 생각 없는 웃음, 그 이상도 이하도 보여주지 못한다. 과중한 입시.사교육 부담, 집단 따돌림, 학원 비리 등 한국 고교의 온갖 문제들이 한꺼번에 드러나지만 영화는 이런 문제들을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을 보여주는 소재로만 이용할 뿐이다. 날라리 교사가 난데없이 정의의 사도로 변신하는 뜬금없음도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개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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