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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도 안끝났는데 강정마을 사면하겠다? 대통령이 사법농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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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10시 43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국정감사장. 꺼진 마이크 위로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과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고성이 오고갔다.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의 얼굴은 당황스러움이 역력했다. 국감장 안팎을 열심히 오가던 국회 보좌진과 법무부 직원들의 걸음도 순간 멈췄다. 법사위 국감이 또 파행됐다. 이번 국감 들어서만 두 번째다.

첫날엔 일괄 퇴장, 3일째엔 정회

여상규 법사위원장(아래부터 시계방향), 김도읍 자유한국당 간사, 오신환 바른미래당 간사,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뉴스1]

여상규 법사위원장(아래부터 시계방향), 김도읍 자유한국당 간사, 오신환 바른미래당 간사,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뉴스1]

지난 10일 대법원 국감에선 김명수 대법원장 증인 출석 요구 문제로 야당 의원들이 일괄 퇴장해 잠시 파행됐었다. 이번 파행은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도에서 한 ‘강정마을 사면’ 발언을 야당이 문제삼으면서 벌어졌다.

12일 법무부 국정감사는 시작 30분만에 중단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 강정마을을 찾아 "(제주 해군 기지 관련된) 강정마을 사건(재판)이 모두 확정되는 대로 이들의 사면복권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 것을 비판했다. 법무부는 사면 주관 부처다.

장제원 의원은 “문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고 오셨다”면서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은 강정마을 사건에 대해 사면 복권 논하는 것은 일종의 ‘사법 무력화’”라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법사위 국감 곳곳에 문재인 대통령의 입김이 내려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대통령께서 헌법재판소 국정감사 전날 재판관 숫자가 맞지 않는 것(3인 공석 상태)을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정조준한 데 이어, 법무부 국정감사 전날에 사면 이야기를 꺼내 논란을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곧이어 이은재 자유 한국당 의원은 “법무부 국정감사 전에 대통령께서 재판받는 시위자들에게 사면하겠다고 하면 우리도 법무부 장관에게 이에 대한 입장을 물어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커뮤니티센터에서 '사면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모두 발언에 대해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커뮤니티센터에서 '사면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모두 발언에 대해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에 대해 조응천 의원은 "오히려 한국당 의원들이 국정감사를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조 의원은 “대법원 국감 때 증인채택 문제를 두고 오전 내내 아무것도 못했고, 헌법재판소 국감도 재판관 편향성 논란으로 시간을 허비했다”며 “오늘은 그냥 넘어가나 싶었는데 제발 국정감사를 제대로 진행하자"고 말했다.

조 의원 발언 이후에도 여·야 의원들이 고성을 이어갔고 결국 이날 오전 국감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파행을 겪었다.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국감이 국익을 위해 진행돼야지 정쟁의 도구로 전락해선 안된다"며 회의 시작 30여 분 만에 정회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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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국정감사에서 야당은 '심재철 의원실 수사' 관련 집중 질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여당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질의하는 것은 국감 취지에 맞지 않다'며 대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소희 기자 jo.so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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