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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도 중요한 교육기관|학원수강 허용 후에 따를 문제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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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재학생의 방학중 학원수강이 허용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미 방학중 학원수강 허용논을 주장해 온 우리로서는 허용 자체의 여부보다는 허용이후의 문제에 더 깊은 관심과 대책마련이 있어야함을 강조하고 싶다.
서울에는 60여개의 입시학원이 있지만 명문학원은 5개미만으로 꼽히고 있고 이들 명문학원엘 들어가려면 최고 9대1,적어도 5대1의 경쟁을 뚫고 들어가야 한다. 이런 현상은 5공시절 과외수업 금지에 따른 최소한의 숨구멍으로 학원설립을 규제하면서 기존의 입시학원이 카르텔형식을 취한, 이를테면 수험산업 독파점 체제를 구축한데서 파생된 기현상이다.
물론 학원스스로 강도높고 성의있는 교육방법으로 명문대학 합격률을 올렸다는 자체 노력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수한 낙방생 만을 골라 우수한 교사를 동원해서 합격률을 올린 명문학원은 어느 대학도 누리지 못한 학생의 선발권과 교육권을 과외금지라는 그늘아래서 마음껏 향유한 셈이었다.
입시학원은 허가기준상 단과반과 종합반으로 나뉜다. 단과반은 과목별 강좌설정으로 수강생을 받고 종합반은 재수생의 정기적 학습과정을 담당한다.
이제 재수생이 50만명선을 넘어선 지금 제한된 몇몇 학원의 종합반이 이들 재수생을 수용할 능력이 없게 되고 여기서 밀려난 재수생은 단과반을 찾아들지만 재학생의 물결에 밀려 복도 뒤편에서 서성거리게 된다.
대학에 떨어지고 학원 종합반에도 들어가지 못해 단과반까지 온 재수생은 다시 재학생에 밀려 학원부근의 극장 유흥가를 기웃거리게 되면서 청소년 범죄의 온상이 학원가라는 불명예를 낳게 한다.
어차피 재학생의 「방학중」학원수강허용은 과도기적 조처가 될수 밖에 없다. 저렴한 수강료와 고도의 기능을 살린 강사의 강의 때문에 방학중에 다녔으면 그 다음에도 다닐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여론에 밀려 갈 수밖에 없다.
또 현행 시설기준에는 66평방m당 1백명 정원으로 되어 있지만 인기 있는 강사일수록 정원의 2, 3배는 어디서나 넘치고 있다. 양호·상담·휴게실을 포함한 부대시설이2백평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이 기준을 지키는 학원이 얼마나 될까.
학원의 수용능력·교육환경이 이러할 때 아무런 개선책이나 대책 없이 「허용」이냐, 아니냐로 세월을 보낸다면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 밖에 될게 없다.
재학생의 학원수강을 원칙적으로 환영하면서도 허용 이후의 대책마련에 소홀한다면 오히려 허용전 보다 훨씬 큰 사회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현행 학원질서에 대한 전면적 검토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재수생을 수용할 수 있는 입시학원 종합반 숫자를 늘려 기존 입시학원의 폐쇄적 문호를 넓혀야 한다. 이미 수용 능력을 넘어서고 있는 기존 학원의 시설이 확장되지 않는한 신규 학원의 설립을 적정선에 맞춰 늘려 나가야 한다. 콩나물 교실, 불결한 주변 환경으로 학원이 슬럼화 된다면 이것은 새로운 사회문제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비록 사설학원이라 해도 감수성이 예민한 많은 청소년이 연대감 없이 모이는 장소라는 점에서 이들의 교육환경을 관리하고 상담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폭주하는 수강생 숫자로 시설기준과 교육환경을 외면한 채 온갖 방법으로 치부에만 급급할 악덕학원이 생겨날 소지도 충분히 있다. 이러한 모든 문제점에 대해 문교당국은 사려깊고 분별있는 대책마련이 연구되어야만 「허용」이 실효를 거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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