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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의 서핑 차이나] 짝퉁 애플은 옛말 … IoT로 1억명 묶은 ‘샤오미 월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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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 3일 베이징 쇼핑몰 스마오톈제의 샤오미홈 매장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 매장에는 전자제품 뿐 아니라 안경·가방 등 생활용품이 가득했다.

지난 3일 베이징 쇼핑몰 스마오톈제의 샤오미홈 매장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 매장에는 전자제품 뿐 아니라 안경·가방 등 생활용품이 가득했다.

“샤오미야, 다이소야.”

휴대폰·생활용품 가성비 뛰어나 #‘IT계 무인양품’ … 인터넷 서비스도 #신흥시장 공략, 글로벌 매출 급성장

중국 국경절 연휴였던 지난 3일 베이징 스마오톈제(世貿天階)의 샤오미홈(小米之家)에 들어선 한국 관광객 이종민(23)씨는 일본 100엔 숍 다이소를 떠올렸다. 매장에 스마트폰·TV 등 전자제품은 물론 안경테·선글라스·타월·여행 가방 등 온갖 생활용품이 가득해서다. 이씨는 “친구들이 직구한 휴대전화, 손목밴드를 보고 호기심에 왔다”며 “가성비가 좋아 선물용으로 안성맞춤”이라고 만족해했다.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雷軍·49) 회장은 이미 2016년 “과학기술계의 무인양품(無印良品)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상표 없는 좋은 제품을 표방한 무인양품류의 가성비와 디자인으로 무장한 사물인터넷 상품을 온·오프 통합 신소매 방식으로 유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실제 샤오미는 지난 1일 우한(武漢)에 샤오미홈 500호점을 개장하며 신소매 기업으로 변신에 치중했다. ‘미홈(米家)’ 브랜드의 생활용품 등 700종을 전시 판매한다.

지난 1일 국경절 연휴를 맞아 우한 중심가에 개장한 샤오미 플래그샵. [사진 샤오미 공식 웨이신]

지난 1일 국경절 연휴를 맞아 우한 중심가에 개장한 샤오미 플래그샵. [사진 샤오미 공식 웨이신]

올해 2분기 실적은 IT분야에서의 무인양품화 가능성을 보여줬다. 사물인터넷(IoT)과 생활소비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4.3% 성장한 104억 위안(1조 6800억원)을 기록했다. 스마트TV는 350% 성장해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올라섰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제외하고도 1억1500만 고객이 샤오미 IoT 플랫폼을 사용 중이다. 5대 이상 보유한 열성 고객도 170만 명을 넘어섰다. 노련한 엔젤투자자인 레이쥔 회장은 2분기 220개 회사, 신상품 100여 개에 투자했다. IoT 포트폴리오 강화가 목표다. 단일 IoT 애플리케이션(APP) ‘미홈’으로 제어하는 제품 숫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대륙의 진화’를 선도하는 기업 샤오미는 ‘철인 삼각’ 비즈니스 모델을 지향한다. 스마트폰, IoT 및 생활소비재, 인터넷 서비스 삼두마차를 일컫는다. 레이 회장은 창업 8년 만에 홍콩 증시에 상장을 신청하며 “하드웨어 제조업체가 아닌 혁신 주도형 인터넷 기업”이라며 “샤오미의 기업가치는 애플과 텅쉰(騰迅·텐센트)의 곱”이라고 자신했다. 상장 성공 후 기자회견에서는 “상장은 샤오미 스토리의 제1장을 마무리했을 뿐”이라며 “2장은 더 화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짝퉁 애플”로 비아냥 받던 샤오미 스마트폰은 2016년 판매량 감소 후 역전에 성공한 첫 스마트폰 제조사가 됐다. 올 2분기 3190만대를 판매해 세계 4대 업체로 올라섰다. 전년 대비 48.8% 성장세다. 1위 삼성이 10.4% 마이너스 성장한 것과 대조된다. 샤오미는 신흥 인도 시장에서 삼성과 치열한 선두 다툼 중이다. 1분기 31.1%로 1위, 2분기 28%로 삼성 29%에 밀렸다.

반격의 무기는 포코폰 F1이다. 한국 얼리어댑터 사이에서 가성비 끝판왕이란 의미의 ‘갓성비폰’으로 불리는 괴물 폰이다. 갤럭시 S9과 같은 퀄컴의 최신 스냅드래곤 845 칩에 4000mAh 배터리, 소니 최신 듀얼 카메라를 탑재하고도 64기가 모델을 2만999루피(한화 32만원)에 판매한다.

가성비는 샤오미의 정체성이다. 레이 회장은 샤오미의 철학은 “고객 감동, 후한 가격(感動人心 價格厚道)” 8글자라고 말한다. 그는 “우수한 기업이 버는 것은 이윤, 탁월한 기업이 얻는 것은 인심”이라고 주장한다. 상장신청서에서 “2018년부터 샤오미는 매년 전체 하드웨어 부문 수익률을 5%를 넘기지 않겠다. 만일 넘길 경우 고객에게 반납하겠다”고 약속했다. 홍콩 증권거래소가 경영권 보장을 위해 샤오미에 차등의결권을 인정한 것도 가성비 경영이 기반이 됐다. 2011년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 600달러 시절 300달러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이유로 철저한 경영 효율을 내세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세계시장 진출 성적도 나쁘지 않다. 2분기 글로벌 매출은 지난해 대비 151.7% 성장했다. 전체 매출의 36.3% 규모다. 25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5위권에 진입했다. 인도네시아·미얀마·그리스·러시아·스페인 등에서 3위, 중국·이탈리아·베트남 등에서 4위, 말레이시아·싱가포르·터키에서는 5위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보다 신흥시장 맞춤형 글로벌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미 74개 국가에 진출했다. 농촌으로 도시를 포위하는 중국 혁명 방식과 비슷하다.

물론 리스크도 적지 않다. 1분기 출하량이 8% 감소해 레드오션을 뒤바뀐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샤오미의 최대 위험 요소다. 여전히 휴대폰에 편중된 매출 구조도 문제다. 류타오(劉濤) 자오퉁(交通)대 부교수는 “인터넷 서비스 기업을 꿈꾸지만, 샤오미는 여전히 하드웨어 매출 위주의 IT기업”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샤오미의 진화는 프리미엄과 가성비 사이에서 방황하다 중국 시장에서 사라진 한국 IT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은종학 국민대 교수는 “샤오미의 가성비 경영은 한국 등 선진국 중소기업에 ‘역(逆) 모방’ 현상을 불러왔다”며 “혁신을 기반으로 산업과 경쟁의 구도를 바꿔낸 성공한 2세대 중국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13일 창사 이래 최대 조직개편을 단행한 샤오미는 1980년대생 30대 경영진을 전면에 대거 발탁하며 더욱더 젊어졌다 .부문 별 신임 대표의 평균 나이는 38.5세로 내려갔다.

글·사진=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shin.kyungij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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