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영남대 분규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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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교수·학생·교직원들간의 끈질긴 대화노력이 학내소요로 표류하던 영남대를 구해냈다.
지난해 10월18일 재단측이 87, 88학년도에 신입생 29명을 부정 입학시켜 4억4천만원을 유용했다는 사실이 국회국정 감사로 드러난 이후 재단이사 총 퇴진·총장실 점거 등 자칫 파국으로 번질 기미까지 보인 80여 일간의 학원분규는 교수협의회가 주축이 돼 2백여 회에 이르는 교수·교직원·학생들간의 줄기찬 토론·대화 노력으로 지난11일 이사진을 새로 구성, 가까스로 해결의 실마리를 잡은 것이다.
영남대는 「서로의 극한대립보다 양보함으로써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또다시 보여준 것이다.
재단의 부정입학 등 비리가 적발된 이후 영남대는 연일 계속되는 「부도덕한 재단·총 퇴진」 요구 학생시위와 총장실 점거농성으로 극도의 혼란에 빠졌었다.
여기에 교수협의회 (회장 이성대· 영문학) 까지 가세, 재단 총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 학원분규는 자칫 대학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를 극한 상태로까지 치달았다.
고 박정희 대통령에 이어 교권을 승계한 박근혜 이사 등 재단 이사 진은 정통성·부도덕성을 집중 성토하는 학생·교수들의 압력에 밀려 분규 n일만에 모두 퇴진했으나 후임 새 이사진 구성을 싸고 큰 진통을 겪게됐다.
교수협의회는 재단 이사들이 총 퇴진한 다음날인 지난해 113월3일 교수회의를 열고 새 이사진을 구성할 비상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비상특위와 집행기구인 교수평의원회는 연석회의 끝에 신임이사는 직선제 총장·직선 전문대학총장·교수대표·동창회 대표 각 1명씩과 외부인사 3명 등 7명으로 하고 외부인사는 각 단과대학 교수협의회에서 추천으로 선출키로 했다.
그러나 자기영역을 확보하려는 각자의 양보 없는 주장으로 이사진 구성은 첫발부터 난항이 거듭됐다.
외부인사 3명에, 대한 추천자가 3명에 이르고 심사과정에서 교수·교직원·학생들의 의견이 서로 엇갈릴 뿐이었다.
비상대책특별위원회 소속 교수들은 사태해결을 위해 교직원 대표 3명· 학생 대표 3명등 6명을 새로 비상대책특별위원으로 참여시켜 그들의 의견수렴에 나섰다.
「어떻게든 학교를 파탄지경에서 구하자」는 교수들의 단합된 마음은 드디어 학생·교직원들의 마음에도 통하게 됐다.
교수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학생·교직원과 끈질기게 대화, 분규 80여일만인 지난11일 2백여회에 이르는 집회·토론·대화노력으로 영남대는 이사진 7명을 선출, 문교부에 승인요청 함으로써 학원소요사태를 일단락 지을 수 있게된 것이다.
교수협의회 이성대 회장은『80년 들어 취임총장이 모두 4년 임기를 못 채우고 떠날 정도로 계속된 학원소요사태를 겪은 영남대가 모두의 소망이었던 소요를 끝낼 수 있게 된 것은 교수·교직원·학생 모두 「학교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사심 없이 서로 다른 의견도 충분히 받아들이고 인내를 갖고 나눈 대화 때문이었다』 고 말했다.
학생회장 당선자 박대승군(27·원예3)은 『학생·교수·교직원들 모두 학원민주화를 바란데다 학생들의 의견을 교수님들이 존중해주고 학생들도 교수님들의 의견에 따르려고 노력하는 등 모두 양보와 타협에 바탕을 둔 지속적인 대화가 영남대학원사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게된 것 같다』고 했다.
67년12월 학교법인 대구대학(47년 설립) 청구대학(50년 설립)이 고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합법, 새로 태어난 영남대는 이동령씨(전공화당의원)가 초대 이사장을 맡은이래 이효상씨·박근혜씨·유준씨(전 연세대교수)·조일문씨(전 건국대총장)등이 이사장직을 맡아왔었다.<대구=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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