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상 수상 이양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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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2일밤 일본서 날아온 수상소식을 접했을 때 기쁘다기보다는 묘한 기분이 들더군요. 저의 작품이나 활동으로 보아 수상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열심히 하라는 소리로만 들리더군요.』
12일 일본 최고권위의 신인문학상 아쿠타가와(개천)상 수상자로 결정된 재일 동포 2세 이양지씨(35)는 뜻밖에 큰상을 받게돼 그저 묘한 기분이라며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이씨는 그 동안 자전적 소설 『나비타령』을 비롯, 세 차례나 이 상의 후보에 오르는 등 일본에서 촉망받는 여류작가로 활동해 왔다.
이번의 수상작 『유희』도 자전적 성격이 강한 작품으로 서울에 유학온 유희라는 재일 동포 2세 대학생이 겪는 조국에 대한 갈등과 실망을 주제로 다루고있다.
『저 자신의 조국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재일 동포 2세의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다루려했어요. 그리고 이러한 문학행위를 통해 그리움의 근원인 조국의 실체에 좀더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80년 가야금을 배우기 위해 한국에 와 84년 서울대 국문과에서 수학하고 현재는 이대무용학과 대학원 과정에서 한국무용을 연구하고 있는 유학생활이 보여주듯 그의 한국적인 것에 관한 집념은 대단하다.
『우리 나라 문화의 기층적인 것이 뭔지 알고 싶습니다. 가야금에서 왜 그런 소리가 나고 우리 전통무용에서 왜 그런 춤사위가 나오는지 그 근원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문학도 삶에 대한 근원을 찾는 것으로 봅니다.』 일본 후지산 및 야마나시 현에서 한국인을 부모로 태어난 이씨는 음악·춤·종교·문학을 통해 한국적인 것, 한국의 근원을 찾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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