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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 증식구조 「베일」벗겼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난 88년 지구촌 곳곳에서는 인류의 과학기술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은 숱한 연구업적이 이뤄졌다. 미국의 과학전문지 『디스커버』는 금년 1월호에서 특집 「88년의 세계과학」을 통해 지난해 두드러졌던 35개의 과학부문업적을 보도했다. 이중 중요한 것을 소개한다.
의학분야에서는 AlDS(후천성면역결핍증) 퇴치에 새로운 실마리를 던져준 대식세포에 관한 연구를 비롯 ▲자폐증의 원인규명 연구 ▲새 인공심장펌프의 개발과 임상적용 등이 꼽혔다.
미국 월터리드 육군연구소 연구팀은 초기 단계의 AIDS환자 대식세포에서 AIDS바이러스를 분리하는데 성공했다. 이와 함께 AIDS바이러스가 공격목표로 삼는 것이 T세포뿐만 아니며 대식세포까지 노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AIDS바이러스는 대식세포의 외막에 있는 「CD4」라는 수용체에 달라붙거나 대식세포에 잡아먹혀 대식세포 내에 침투, 인체의 면역체계가 알아차릴 수 없는 공포에 숨어 공격을 받지 않고 안전하게 살며 번식한다는 것.
또 바이러스는 대식세포를 타고 마치 「트로이의 목마」처럼 폐·지라·피부·뇌 등 인체의 각 부분에 숨어 들어가 치매(동작이 느리고 정신이 온전치 못함) 신경증세 등을 유발(환자의 50%)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연구성과는 지금까지의 항AIDS약물의 대부분이 감염된 T세포만을 염두에 두고 개발돼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계성을 뛰어넘는 개가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신경과학연구팀은 자폐증이 생물학적 원인에 의해 발생할 것이라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했다.
「에릭」교수 팀은 정상인과 자폐증환자 18명의 뇌 구조를 MRI(자기공명영상장치)를 이용, 비교한 결과 환자 14명의 작은골(소뇌)에 있는 2개의 소섭이 정상인보다 25% 더 작은 것을 발견, 자폐증연구에 진일보를 가져왔다.
한편 미 텍사스심장연구소는 환자의 심장이 기능을 되찾을 때까지 일시적으로 심장을 도와주는 소형의 생체공학심장을 개발, 죽음을 눈앞에 눈 종말환자들에게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헤모펌프」(혈액펌프)라고 불리는 이 인공심장은 튜브 속에 들어있는 매우 작은 터빈 날(길이 약 1.3cm, 폭 약 0.6cm)이 가는 전선줄로 인체외부에 있는 모터와 연결된 것이다.
넓적다리 동맥으로 삽입돼 혈관을 타고 좌심방에 들어가 심장의 역할을 한다. 생물학분야에서는 재미 한국인 과학자 김성호 박사(갤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의 업적으로, 발암유전자가 세포에서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만드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밝혀낸 연구성과가 유일하게 선정됐다.
김박사 팀은 발암유전자(ras) 단백질의 결정형에 X-선을 쬔 뒤 흩어지는 빛을 분석, 단백질의 원자위치를 알아내 3차원 구조를 규명하는데 성공한 것.
췌장암의 90%, 대장암의 50%, 폐암의 30%에서 발견되는 발암유전자 단백질을 잡는 약제의 개발을 통해 암의 정복에 도전중이다.
컴퓨터부문에서는 컴퓨터바이러스의 확산에 대한 충격과 이에 따른 대응책이 꼽혔다.
컴퓨터바이러스는 지난해 3·4분기까지 최소한 3백11개의 기업·대학·각종 기관을 강타, 컴퓨터 네트워크를 큰 혼란에 빠뜨렸으며 급기야 지난해 11월초에는 미 국방성의 컴퓨터망에 침투, 수시간 내에 군·기업·대학 등 약 6천개의 컴퓨터를 한동안 정지시켰다. 이에 따라 이제까지 알려진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는 백신이 암호를 이용, 개발되고 있는 등 컴퓨터바이러스의 퇴치가 컴퓨터산업계의 주요과제로 떠올랐다.
한편 우주분야에서는 디스커버리호가 챌린저호의 공중폭발참사가 발생한지 2년8개월만에 성공적으로 발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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