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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임시본부"까지 차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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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울산=김영수·허상천·김석현 기자】현대노조원 피습사건을 수사중인 울산경찰서는 12일 이번 사건의 청부역을 맡은 재미교포 이윤섭씨(38·구속)가 현대엔진 한유동 전무(51)로부터 4백만원의 자금을 지원 받고 임시본부까지 차려 범행을 사전에 치밀히 계획한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이씨가 지난 4일부터 범행 하루전인 7일까지 4일 동안 울산시 전하동 회사 옆 서울장 여관에 머무르며 긴급전화 3대를 가설, 임시본부를 차려놓고 회사·대의원 등과 연락을 취하면서 범행계획을 모의한 뒤 사용한 전화를 반납했음이 수사결과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러한 사실로 미뤄 이번 사건이 한전무의 단독지휘를 넘어 그룹차원의 상부관련에 심증을 굳히고있으나 그룹차원의 수사에 대해 『우리 능력 밖이 아니냐. 정주영 명예회장 등 회사고위층이 지방경찰서의 소환에 응하겠느냐』며 적극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특히 테러발생 5일이 지나도록 달아난 60∼70여명의 범행가담자들에 대한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증거물로 확보해야할 범행에 쓰인 곡괭이 자루·야구방망이·각목 등 50여점 중 하나도 수거하지 않아 당초 적극수사를 하겠다던 자세와는 달리 수사가 겉돌아 의혹마저 사고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범행가담자의 적극검거보다 자수를 유도하기 위해 굳이 명단을 밝혀낼 이유가 없다』며 『바로 검거할 경우 근로자들을 자극, 노사분규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고 밝혀 이번 사건을 경찰이 두둔하는 인상을 짙게 하고 있다.
경찰은 한전무에 대한 구속영장이 검찰에 의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기각되자 11일 밤 이미 구속된 이씨를 다시 불러 수사를 벌인 끝에 범행 직후인 8일 오전 7시 이씨가 한전무 숙소인 다이아몬드호텔934호실로 찾아가 『일을 잘 치렀다. 몇 사람이 다쳤다』고 보고, 한전무로부터 『수고했다』는 격려까지 받은 사실을 뒤늦게 밝혀내고 이내용을 추가, 12일 중으로 한전무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 신청키로 했다.
경찰은 또 이번 사건에 가담, 검거·자수한 9명(이중 8명 구속) 외에 수배된 현대중공업근로자 김철주씨(31·품질관리부) 등 8명을 검거, 12일 오후 2시쯤 울산시 성남동 황태자 다방에서 수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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