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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서 하는 10ㆍ4선언 행사 체류비, 관례 깨고 정부가 낸다

중앙일보

입력

평양에서 4~6일 치러지는 10ㆍ4 선언 11주년 기념 공동행사에 드는 체류비를 정부가 북한에 실비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통일부가 2일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2087호는 대량현금(bulk cash)의 대북 유입을 금지하고 있으나 통일부는 이번 행사가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통일부 당국자는 2일 기자들에게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사업이면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외교부와 협조해 미국 측과도 협의가 진행 중이며, 방북단 편의를 위한 교통ㆍ숙박비 실비는 (북한에)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지급될 금액에 대해 이 당국자는 “아직 모르겠다”고만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7년 10월 4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7년 10월 4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해당 금액은 통일부 남북협력기금에서 충당된다. 남북 당국이 행사의 주체로 참여하면서 북한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정부가 비용을 지급하는 건 올해 처음이다. 이전 행사들은 북측이 편의제공 비용을 부담했다. 초청하는 쪽이 숙박비ㆍ식비 등을 내는 관례에 따라서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07년 10ㆍ4 선언 이후 남북이 공동으로 기념행사를 치르는 것은 11년만에 처음이다. 방북단은 약 150명 규모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노무현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참여하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원혜영 의원, 오거돈 부산시장, 지은희 정의기억연대 전 이사장 등 5명이 공동대표단이다.

당국 방북단은 조 장관과 권덕철 복지부 차관, 정재숙 문화재청장과 국회 및 지자체 인사 등 30명이다. 민간 방북단은 노무현재단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양대 노총, 시민단체와 7대 종단 등 종교계 인사로, 모두 85명이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과 이재정 경기교육감,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과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도 동행한다. 노무현재단에 따르면 건호씨는 유족 대표 자격으로 방북한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일정상 문제로 불참한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가운데)과 천해성 차관(왼쪽), 이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며 환담을 나누고 있다. 조 장관이 4~6일 평양 방문에서 이선권 위원장을 만나 평양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고위급회담 등의 일정을 잡을지 관심사다. [사진공동취재단]

조명균 통일부 장관(가운데)과 천해성 차관(왼쪽), 이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며 환담을 나누고 있다. 조 장관이 4~6일 평양 방문에서 이선권 위원장을 만나 평양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고위급회담 등의 일정을 잡을지 관심사다. [사진공동취재단]

방북단은 4일 정부 수송기편으로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방북한다. 공동행사는 5일 열릴 예정이며 주요 시설 참관 및 예술공연 관람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이 과정에서 고위급 남북 협의가 성사될지 여부도 관심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행사 일정 중) 계기가 있을 때 평양공동선언 이행방안 및 후속 회담 일정이 포괄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북측 참석자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조 장관의 카운터파트인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조 장관과 이 위원장이 이번 행사에서 사실상의 고위급 회담을 열 수도 있다는 의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면담 여부도 관심사다.
 이번 행사는 민관 공동행사로 추진되며,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평양공동선언 이행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평양공동선언엔 “남과 북은 10ㆍ4 선언 11주년을 뜻깊게 기념하기 위한 행사들을 의의 있게 개최한다”고 돼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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