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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이전프로젝트] "'갑'이 국회, '을'이 정부, 부르면 와야"

중앙일보

입력

“화상회의 시스템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잘 활용되는지는 모르겠다. 있는 것과 잘 쓰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화상회의, 유명무실해져 실효성 의문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의 말이다. 대통령이나 장관이 영상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실제 공무원들 간의 화상회의도 잘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세종시가 출범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에 대해 끊임없이 제기된 우려는 행정의 분절성으로 인한 비효율 문제다. 그때마다 정부는 화상회의를 활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2013년 2월 12일 첫 영상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세종청사 원년이 스마트정부 원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며 “정부청사 이전 등 근무 환경 변화에 따라 스마트정부 구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세종시 출범 6년이 지난 지금 화상회의는 잘 이뤄지는 듯 보인다.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화상회의 개최 실적은 중앙 부처 17만1419건, 지방자치단체 1만1444건 등 총 18만2863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약 140% 증가한 수치다. 또 화상회의가 원활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나라e음 PC 영상회의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시스템과 기술에 대한 지원도 상당 부문 이뤄졌다.

이에 더해 행정안전부는 지난 7월 중앙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화상회의 활용 사례를 조사하여 우수 부서를 선정하고 포상하는 등 화상회의를 장려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음을 보였다.

이와 같은 상황만 보면 화상회의를 통해 업무 비효율을 상당 부분 해소했을 것 같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2016 공공기관 지방 이전사업 평가’에 따르면 2013년과 비교했을 때 2015년 세종시 공무원들의 출장 횟수는 증가했다. 2013년 1만8180회에서 2015년 5만6529회로 210% 증가했다.

세종시 공무원들 또한 화상회의 활용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공무원 A씨는 “화상회의가 있는 것조차 잘 모르겠다”며 “직접 출장을 가는 것이 관행이기에 화상회의가 잘 이뤄질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 B씨는 “시스템 구축 자체가 잘 안 돼 있는 것 같다”며 “부서마다 화상회의 활용은 천차만별”이라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회 출장 업무와 관련해 “화상회의나 서면 보고는 국회 요청이 있을 때만 가능해 정부청사 권한 밖의 문제”라고도 밝혔다.

화상회의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는 점이 바로 이 대목이다. 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것을 기사를 통해 내보내고 행정안전부에서 각 부처의 화상회의 우수 사례를 포상하는 등 대외적으로 화상회의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홍보하지만 실상은 다르기 때문이다.

실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세종청사에서 서울 여의도 국회로 출장 가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화상회의의 숫자가 증가했다고는 하나 현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언제쯤 공무원들이 출장길에 오르는 가방을 싸는 대신 모니터 전원을 키는 스마트워크 시대가 올 수 있을까.
김기윤(경희대 정치외교학과 2)·방준영(경희대 경영학과 2) 국회이전프로젝트 대학생 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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