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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까지 뒤흔든 '축구 마피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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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축구의 나라' 이탈리아가 프로축구팀의 승부 조작 파문으로 벌집을 쑤신 듯 시끄럽다. 명문 구단인 유벤투스 등과 축구협회, 심판들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이 발각돼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벌어지면서 스포츠계는 물론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스캔들이 이해관계자끼리 끈끈한 인맥을 맺고 서로 편의를 봐주는 이탈리아식 '패거리 문화'에서 비롯한 것으로, 정치 부패와 닮은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1990년대 초 이탈리아의 정치 부패를 파헤친 검찰의 '깨끗한 손(마니 풀리테)'에 빗대 축구계를 정화할 '깨끗한 발'이 필요하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엔 '깨끗한 발'=승부 조작에는 프로 9개 팀과 축구 관계자 42명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연은 유벤투스의 전 단장인 루치아노 모지다. 94년 유벤투스를 맡아 현재 최고의 인기 구단으로 키운 주인공이다. 하지만 그는 이면에서 감독.구단주.협회 간부 등과의 끈끈한 관계를 이용해 심판 배정에 관여하고 관계자들을 매수하는 등 승부 조작을 지휘하다 이번에 발각됐다.

'축구 마피아'를 구축한 그는 인기와 권력자들과의 관계를 이용해 정치인과 고위 관료들의 청탁을 해결하는 막후 실력자 역할도 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에 빗대 '축구계의 베를루스코니'로 불렸을 정도다. 이를 두고 뉴욕 타임스는 "그의 영향력은 장관보다는 훨씬 크고, 교황보다는 조금 못한 수준"이라고 비꼬았다. 이 때문에 수사가 확대되자 정.관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제도 흔들=검찰이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뒤 이탈리아 증시의 우량주였던 유벤투스의 주가는 30% 가까이 급락, 밀라노 증시가 일대 혼란에 빠졌다. 급기야 증시 당국은 지난주 주식 거래를 몇 차례 중단시켜야 했다. 유벤투스 주가는 수사 발표 전 주당 2.57달러에서 19일 1.51달러로 떨어졌다. 유벤투스의 최대주주이자 이탈리아 최대 기업인 피아트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확대될 경우 스포츠 산업은 물론 미디어와 광고산업, 관광산업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유벤투스는 1부 리그에서 제외될 위기에 처했다. 이럴 경우 당장 수백억 유로에 이르는 광고료와 TV 중계권료가 물거품이 된다.

'AC 밀란' '라치오' 등 다른 명문 구단도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은 더욱 커질 태세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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