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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지자제-차기집권의 최대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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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방자치법개정문제가 2월 임시국회부터 여야 간의 가장 뜨거운 정치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자제가 어떤 수준에서 실시되느냐에 따라 중앙집권의 지방분권이라는 통치구조상의 엄청난 변화에다 각당의 대권전략과 명운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여야간, 또는 3야당간 의견차이를 좁히는 협상이 그리 간단치가 않다.
때문에 대세를 좇아 포괄적으로 관찰하면 늦어도 금년 하반기 중에는 어떤 형태로든 지자제가 실시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서면서도 실시시기·범위·선출방법, 특히 자치단체장의 직선여부 등 각론에 대한 여야간입장을 들여다보면 금년내 실시는 어려운 게 아닌가하는 비관적 전망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점차 가열되고 있는 지자제열기와 더불어 이미 지방에서는 지방의회 의원선거를 겨냥한 정치지망생들의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고 서울에서도 「민선서울시장」을 노리는 정치인의 활동이 활발하다.
지자제를 앞둔 3당 내부사정도 몹시 복잡하다. 여당은 노태우 정권의 통치기반이 자칫 심대한 타격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야당은 무엇보다도 취약한 인력난·자금난을 해소하고 당조직의 근대화는 물론 지방행정력이나마 「권력」의 일부를 장악할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당력을 모아 본격협상에 대비하고 있다. 재야의 「전민련」결성도 지자제가 실시되는 시점에서 정치권에 유입, 정치세력화를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성급한 분석도 나오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각 당의 이해가 여러 갈래로 얽혀있기 때문에 지자제에 대한 본격협상은 계속 지연돼 왔다고도 볼 수 있다.
지자제실시에 있어 여야간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두말할 것도 없이 지방자치단체장의 직선여부다.
민정당은 특별시·직할시·도뿐만이 아니라 시·군·구 및 읍·면·동장 등 자치단체장의 직선을 반대한다는 방침아래 올 하반기에 △시·군·구 의회 선거나 △특별시·직할시·도의회선거중에 한가지만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평민·민주·공화등 3야당은 단체장의 직선문제를 비롯, 광역·기초자치단체의 조기실시에는 어느 정도 의견접근을 보이는 가운데 단일안 마련을 모색중이다. 물론 약간씩의 차이는 아직도 상존하고 있다.
평민당은△특별시·직할시·도 광역자치단체와 △시·읍·면·동 기초단체 모두 오는 6월말까지 지방의회를 구성하고 각급 자치단체장도 동시에 전면직선하자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특별시·직할시의 구,도의 시, 군을 포함한 3단계의 계층구조를 전제로△광역단체인 시·도의회구성과 단체장 직선을 법 시행후 3개월 이내에△중간단체인 시·군·구의회구성과 단체장직선을 그후 6개월 이내에 △기초단체인 읍·면·동 의회구성과 단체장직선을 다시 그다음 6개월 이내에 실시하는 이른바 단계적 실시를 주장하고있다.
공화당은 역시 단계적 실시를 제시하면서△광역단체를 금년 6월 안에△기초단체를 그후 1년 이내에 실시하자는 입장이다.
4당의 생각이 각기 다르나 공약수를 찾자면 적어도 금년4월30일까지 실시키로 돼 있는 현행법으로는 지자제를 실시할 수 없고 광역자치단체부터 실시해야 한다는 것으로 집약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15개시·도 자치단체장의 직선이다.
민정당측이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정당으로서는 만일 자치단체장의 직선을 골간으로 한 야권 단일안이 현실화될 경우 서울·부산·광주·대전 등을 야당의 「영지」 로 내주는 결과를 각오해야 하고 그럴 경우 노정권은 「껍데기 정권」으로 전락하고 만다는 절박감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선거공약에서 서울시장 등 자치단체장의선거실시를 밝혀놓았고 야당측이 『노정부의 민주화의지는 지자제실시에서 드러날 것』이라며 명분있는 공세를 취하면 거기에 반대할 뚜렷한 명분을 내세워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민정당으로서는 야당간의 이견, 특히 평민-민주당 사이의 이해차이를 이용해 자치단체장 직선의 늪에서 탈신을 꾀하고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4당이 이처럼 치열한 탐색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각당마다 벌써부터 시장·도지사를 노린 움직임이 만만치 않다. 특히 「민선서울시장」에는 각당마다 명줄을 거는 눈치다.
서울시장을 확보한 당이 곧 차기집권 고지를 선점한다는 점에서, 개인별로는 서울시장을 거머쥔 인사가 차기 대권주자로 명실공히 인정받고 「3금 이후」를 기약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정당의 경우 직선제에 반대하고 있으므로 뚜렷한 후보가 거론되지 않고 있다. 다만 고건 현 서울시장·이종찬 의원(종로)·봉두완 전 의원 (용산) 등이 후보감으로 지명되는 정도다.
고시장은 풍부한 행정경험과 호남출신을 무기로, 이의원은 대권도전의 전 단계로 서울시장을 노리지 않겠느냐는 것이 추즉일 따름이다.
그러나 평민당은 벌써 당내에서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있다.서울시지부결성준비위원장임명을 계기로 표출된 인사는 조윤형 부총재와 조세형 당국제위원장·김영배 국회노동위원장 등이 일단은 서울시당위원장 자리를 놓고 서울시장 고지점령을 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으며 「서울시장」그 자체를 놓고는 노승환 국회부의장이 자천으로, 박영숙 부총재가 여성후보카드로 주변에 의해 거명되고 있는 상태다.
민주당도 여러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이기택 국회5공특위위원장이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얘기며 김재광·김덕룡·황병태 의원과 김상현 전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명되고 있다.
다만 공화당은 아직 특정인사가 거명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선거가 있게되면 외부에서 끌어와야 되지 않느냐』는 말만 간간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이밖에 무소속의 박찬종 의원이나 홍사덕 전의원 등도 야심을 갖고 뛰고 있다. <고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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