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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조 … 한달째 이어진 외국인 '팔자'… 바뀔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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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외국인의 '셀 코리아'가 심상찮다. 22일에도 외국인들은 1000억원 이상을 순매도 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34포인트 가량 곤두박질했다. 지난달 말부터 따지면 순매도 규모는 4조원을 웃돈다. 지난주에만 1조65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2004년 4월 '차이나 쇼크'이래 주간 단위로는 가장 많은 액수다.

시장 한편에선 '한국 증시에서 본격적으로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낙관적인 전문가들 조차 '더 이상 외국인의 적극 매수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선임연구원은 "최근 한국 주식을 많이 팔았다지만, 국내 증시의 외국인 비중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외국인이 '사자'로 돌아선다해도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흥시장서 손 터나=국내 증시의 외국인 비중은 지난주 40% 아래(39.85%)로 떨어졌다. 외국인의 한국 주식 대차대조표도 올들어 순매도로 돌아섰다. 최근 외국인들의 매도는 한국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신흥시장 주요 증시에서 일제히 자금을 빼내고 있다. 지난주 대만에서만 16억8000만달러어치를 판 것을 비롯해 인도(5억5000만달러). 태국(3억7000만달러)등 아시아 주요 증시에서 '매도 공세'를 펼쳤다.

◆미국발 금융불안이 원인=외국인의 '팔자 공세'는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미국의 물가불안과 금리인상이 미국은 물론 세계 경기를 위축시킬 것이란 것이다.

전혀 새로운 이슈가 아닌데도 미국 경제 침체 전망이 지난주 세계 주요 증시를 강타한 것은 시장을 휩쓴 '비관론' 탓이다. 지난주 국제 원자재 가격 급락과 미국의 금리 추가 인상 우려는 이례적으로 부풀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전세계 증시가 잔뜩 겁을 먹었고, 전에 없이 휘청거렸다. 이게 시장 분위기를 급속히 냉각시켜 코스피 지수를 한주만에 5% 가량 하락시켰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증시도 각각 2% 이상 뒷걸음질 했다.

◆한국 증시서 불붙은 '미국 경제 전망'=요즘 증시의 화두는 미국 경제다. 전문가들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주택 경기 냉각과 소비 위축으로 미 경제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와 '최근 미국발(發) 경제 불안은 과장된 것'이란 주장이 맞선다.

대신증권 성진경 연구위원은 "미국은 물론 유럽과 일본도 조만간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주식 등 위험 자산에 대한 회피 움직임도 본격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작다"는 입장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락세로 돌아서 세계적인 인플레 압력이 수그러든데다 미국의 장기금리 역시 다시 떨어지고 있는 점이 이유다.

한편 메리츠증권 서정광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증시의 외국인 '팔자'는 환차익까지 감안한 것"이라며 "요즘 지수가 워낙 떨어져 조만간 시세차를 노린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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