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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교민 즐겨먹던 찰떡 재해석한 '구움찰떡'으로 인기

중앙일보

입력

바게트·치즈케이크·브라우니, 빵집을 떠올리게 하는 이들은 요즘 인기인 떡집의 메뉴입니다. 팥 대신 치즈케이크를 넣거나, 브라우니·바게트라는 이름대로 보기엔 영락없는 빵이지만 먹어보면 쫄깃한 떡의 식감을 그대로 지니고 있기도 하고요. 손으로 빚어, 쪄내는 방식 대신 오븐에 굽기도 합니다. ‘더 떡집’은 맛은 기본, 트렌드를 만들어가며 인기를 끌고 있는 떡집을 3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첫 회는 담장옆에국화꽃(이하 담꽃) 입니다.

[더 떡집] ① 담장옆에국화꽃

담장옆에국화꽃(담꽃)의 대표 메뉴인 구움찰떡. 찹쌀가루에 다양한 재료를 넣어 반죽한 후 오븐에 구워 완성한다. [담꽃 인스타그램]

담장옆에국화꽃(담꽃)의 대표 메뉴인 구움찰떡. 찹쌀가루에 다양한 재료를 넣어 반죽한 후 오븐에 구워 완성한다. [담꽃 인스타그램]

솔직한 떡의 매력에 반해 시작

구움찰떡은 소보로, 쑥, 흑미,무화과, 사과 등 다양한 맛 중 선택할 수 있다. [담꽃 인스타그램]

구움찰떡은 소보로, 쑥, 흑미,무화과, 사과 등 다양한 맛 중 선택할 수 있다. [담꽃 인스타그램]

담꽃의 대표 떡은 구움찰떡이다. 찹쌀가루·쑥가루·밤·호두·완두콩 등을 넣은 후 베이킹파우더를 넣어 함께 섞는다. 이걸 먹기 좋게, 적당한 크기로 떼 오븐에 구우면 완성된다. 베이킹파우더에 오븐까지, 빵 만드는 과정과 닮았지만, 재료를 보면 떡이 맞다. 담꽃의 오숙경 대표는 “떡이라고 베이킹파우더 넣지 말란 법이 있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러이러한 식으로 만들어야만 떡이라고 단정 지을 필요 없다”며 “열려 있어야, 좋은 걸 받아들여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 대표는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떡을 배우기 시작했다. 사실, 이전에도 문화센터에서 떡과 빵을 배웠다. 그런데 쉬폰케이크를 만들며 기름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빵에 대해 회의를 느꼈다. 오 대표는 “반면 떡은 정말 솔직했다”며 “물·소금·설탕만 넣는 데다 색은 단호박·자색고구마 같은 자연 재료로 내는 것을 보고 매력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종로의 전통 병과원을 다니며 전통 떡 만드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떡과 함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를 열기 위해 커피도 함께 배웠다.

빵 닮았지만 입에 넣으면 쫄깃한 떡    

 오븐에 잘 구워진 구움찰떡. [담꽃 인스타그램]

오븐에 잘 구워진 구움찰떡. [담꽃 인스타그램]

2006년 가로수길 골목에 카페를 열고 구움찰떡, 인절미 구이, 경단, 시루떡, 설기와 핸드드립 커피를 팔았다. 지금까지 대표 떡으로 꼽히는 구움 찰떡은 미국 LA 교민들이 먹던 LA 찰떡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는 떡은 먹고 싶은데 구하기 힘든 LA 교민들이 슈퍼에 파는 찹쌀가루를 반죽해 오븐에서 커다랗게 구워 먹던 떡을 뜻한다. 제빵 배울 때 먹어봤는데 맛있어서 카페 메뉴에 넣었다. 물론 LA 찰떡은 마른 쌀가루를 사용지만 오 대표는 쌀가루를 직접 빻은 습식 쌀가루를 사용해 촉촉함을 더했다. 떡도 먹기 좋게 작게 빚어 구웠다. 처음 구움찰떡을 접하는 사람들은 모양만 보고 빵을 떠올리지만, 입에 넣는 순간 특유의 쫄깃한 식감에 떡이라고 느끼게 된다.

담장 옆에 국화꽃(담꽃)의 초코찰떡. [담꽃 인스타그램]

담장 옆에 국화꽃(담꽃)의 초코찰떡. [담꽃 인스타그램]

초코찰떡도 인기다. 서양의 초콜릿 쿠키를 닮았지만 입 안에 넣고 씹을수록 찰진 식감이 느껴진다. 밀가루 대신 찹쌀가루로 만들기 때문이다. 차별화한 떡과 커피로 카페를 시작했지만, 사람들은 떡과 커피의 조합을 어색해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날수록 찾는 사람은 늘었지만, 임대료와 권리금이 크게 올라 2008년 서래마을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에서 국산 팥으로 만든 팥빙수와 단팥죽이 히트를 하면서 담꽃은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재료·담음새 차별화로 고급화   

담꽃은 현재 서래마을을 비롯해 반포동 파미에스테이션, 정동에 잇따라 매장을 열어 서울에만 3곳에서 카페를 운영 중이다. 서래마을엔 동네 주민들이, 파미에스테이션엔 20~30대 젊은 층이, 정동엔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다. 요즘은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판매도 한다. 매장의 수도 늘고, 찾는 사람의 연령도 다양해졌지만 오 대표는 처음 떡을 만들 때 세운 원칙 그대로 떡을 빚는다. 카페에선 당일 만든 떡만 판매한다.

한국식 디저트인 떡은 커피와도 잘 어울린다. [담꽃 인스타그램]

한국식 디저트인 떡은 커피와도 잘 어울린다. [담꽃 인스타그램]

재료도 깐깐하게 고른다. 쑥은 향이 진한 강화 쑥, 찹쌀은 경기 화선, 멥쌀은 추정을 쓴다. 오 대표는 “추정쌀로 밥을 해보면 더욱 찰진데, 떡도 더욱 쫀득하다”고 설명했다.
담꽃하면 담음새도 빼놓을 수 없다. 플라스틱 일회용 용기에 떡을 담는 대신 카페 내에선 주문 제작한 그릇에 담아 고급스러움을 강조한다. 오 대표는 “우리 떡이 고급스럽고 맛있어 보이려면 맛만 좋게 해서는 안 되고 멋이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포장할 땐 조그맣게, 그러나 떡이 잘 보이게 싼다.
오 대표는 “담꽃은 단순히 떡집이 아니라 한국식 디저트인 떡을 차와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며 “앞으로 한국식 디저트가 제대로 자리 잡아 비싼 돈 주고 먹어도 아깝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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