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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왜 '한국군 사령부' 원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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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이 다른 파병국들까지 지휘하는 '한국군 사령부'를 이라크에 보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미국은 1991년 걸프전 때 의료지원단 등 비전투병만 보낸 한국에 만족했지만 이번에는 전투병 파병을 강하게 요구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군 파트너로 적격"=군사전문지 '밀리터리 밸런스'에 따르면 68만의 정규군을 보유한 한국군은 병력 면에서 세계 6위의 대군이다. 한국의 국방비는 미국.중국.러시아 등에 이어 세계 11위다. 미국의 파병 요청은 이 같은 한국군의 규모.군비를 감안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국 국방부 관계자들은 "특히 50년간의 군사동맹을 통해 '연합작전능력'을 갖춘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양국은 한반도에서 '을지포커스훈련' 등 합동 군사훈련을 계속하며 인력.정보 교류를 유지해왔다. 한국군이 미군과 동일한 무기체계를 갖춰 호환이 가능한 것도 미국에 유리하다.

미국은 한국에 파병을 요청할 외교적 근거도 갖고 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2조는 "양국은 상대국이 무력공격을 받으면 공동 위험으로 간주, 대처한다"고 돼 있는데 미국이 개입했다 수렁에 빠졌던 베트남전 때 한국군이 이를 근거로 참전했던 전례가 있다.

◆다국적군 지휘, 한국뿐인가=미국은 파키스탄.인도.터키 등에도 파병을 요청했다. 정규군이 50만명 이상으로 세계 10위 이내의 병력 대국이다. 그러나 이들은 파병엔 소극적이다. 이라크전 때 특수부대를 파병하며 미국의 맹방을 자처했던 호주의 존 하워드 총리도 지난달 "추가 파병은 하지 않겠다"고 해 미국을 당황케 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여러 나라에 파병을 요청했다가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자 한국에 눈을 돌렸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라크전에 반대한 프랑스.독일 등에 지휘권을 나눠줄 경우 이들이 나중에 '이라크 이권'의 양보를 요구할 것을 우려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들 국가는 미국이 이라크 재건사업을 독점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 '다국적군'을 택한 이유=유엔이 승인하는 파병 형태는 평화유지군(PKF)과 다국적군의 두 종류다. 치안유지가 업무인 평화유지군의 사령관은 유엔 사무총장이 임명한다. 따라서 지휘권은 유엔에 있다. 파병 주체가 유엔이라 비용도 유엔이 부담한다.

반면 실제 전투에 참여하는 다국적군은 파병국들이 협의해 자체적으로 지휘체계를 결정한다. 따라서 다국적군 체제에서는 당연히 최대 병력인 14만여명을 파병한 미군이 최고 지휘권을 갖게 된다.

다국적군은 파병국들이 비용을 부담한다. 사상 최대의 재정적자가 예상되는데도 8백70억달러의 추가 전비를 의회에 요청해야 했던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다국적군을 선호하는 이유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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