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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총사령관'은 뒷전, 박능후 장관이 나서다…2015년 메르스 교훈 잊은 듯한 방역 체계

중앙일보

입력

메르스 확진환자, 감염완치 판정   (세종=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메르스 확진환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2018.9.18   citybo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메르스 확진환자, 감염완치 판정 (세종=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메르스 확진환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2018.9.18 citybo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사실상 종료 단계에 접어들었다. 확진환자 A(61)씨가 완치됐고 밀접·간접 접촉자에서 감염이 발생하지 않으면 22일 0시에 종료된다. 이번 메르스는 2015년 홍역을 치르고 방역체계를 뜯어고친 후 처음 맞는 시험대였다.

 가장 눈여겨볼 대목 중의 하나가 지휘체계다. 2015년 때는 처음에는 질병관리본부에 중앙메르스대책본부가, 열흘 여 후에는 청와대에 메르스긴급대책반이, 다음날엔 국민안전처 산하에 범정부메르스대책지원본부와 민관 합동 종합대응 TF가 설치됐다. 즉각대응팀까지 합해 비슷한 대응 조직이 5개였다.
 또 책임자도 질병관리본부장에서 복지부 차관으로, 사태가 커지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달라졌고, 황교안 총리까지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인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보이지 않았다. 본부장은 지휘소를 비워둔 채 보건 당국의 여러 간부 중의 하나가 돼 부산 등지의 현장으로 겉돌았다. 대신 비전문가인 문 장관이 주도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갉아먹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질병관리본부를 1급 본부장에서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감염병 지휘의 전권을 부여했다. 메르스가 확산해 위기경보 '관심'(1단계)에서 '심각'(4단계)으로 올라가도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본부장은 질병관리본부장이 맡아 일관된 관리와 명령을 하도록 했다. 질병관리본부장에게 '방역 총사령관' 역할을 맡겼다. 미국의 질병통제본부(CDC) 본부장이 전권을 쥐는 것처럼 제도를 바꿨다. 보건복지부는 3단계인 '경계' 단계가 되면 중앙사고수습본부를 맡게 돼 있다.

 하지만 이런 매뉴얼과 달리 이번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상당한 '활약'을 했다. 18일 오후 예정 없던 긴급 브리핑을 자청해 A씨가 완치돼 격리에서 해제됐다고 발표했다. 20일 0시 밀접 접촉자 해제, 환자의 증세, 검역과정, 백신 개발 등 전반을 설명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환자를 이송한 구급차, 바이러스 유전자 변이, 백신 개발 등을 보완했다. 21분 26초 브리핑의 80%가량을 장관이 주도했고, 정 본부장은 들러리처럼 보였다. 박 장관은 브리핑 후 기자실 간담회에서도 메르스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확진환자가 일반병실 간다는 것이 아침(19일)에 결정됐다. (기자단과) 티타임만하려 했지만 국민 안심 차원에서 브리핑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가운데)이 2015년 5월 3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메르스 확산 방지 브리핑을 하는 모습. 뒤로 김우주 고려대의대 감염내과 교수 등 의료계 전문가들이 서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가운데)이 2015년 5월 3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메르스 확산 방지 브리핑을 하는 모습. 뒤로 김우주 고려대의대 감염내과 교수 등 의료계 전문가들이 서있다.

 박 장관은 9일 이낙연 총리 주재 긴급관계장관회의 결과 브리핑도 주도했다. 이날 회의에는 정 본부장이 참석했는데도 박 장관이 나섰다. 메르스 현황, 대응 방침 등을 설명했고, 정 본부장의 설명 사이사이에 끼어들어 보완 설명을 내놨다.
 메르스 대응 지침에는 관심 단계에서 메르스가 발생한 지자체는 자체 방역대책반을 꾸리고, 주의 단계에서 전국 지자체가 대책만을 만들게 돼 있다. 접촉자를 관리하고 병원의 대응태세를 점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서울시는 9일 대책회이를 생중계하면서 확진자의 미확인 정보를 공개해 '마스크·택시' 논란을 야기해 혼선을 초래했다.

 이 총리도 '과잉 대응'을 주장하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확진환자와 동승한 승객이 아닌 일반적인 중동 입국자의 의심 환자 발생 현황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총리 트위터를 근거로 '의심 환자 추가 발생, 음성 판정'이라는 보도가 나가면서 불안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냈다. 일상적인 중동 입국자 의심환자는 통계 관리만 할 뿐 자세한 내역을 굳이 알릴 필요가 없다.

 전병율 차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질병관리본부장이 전권을 쥐고 지휘하고, 국민들에게 알리고 협조를 구하면서 일관된 목소리를 내야 국민이 안심하게 된다"며 "2015년 메르스에서 얻은 교훈을 충실히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참에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독립해 예산과 인사권을 줘야 '방역 총사령부'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는 2015년 7월 "감염병 관련 조직의 위상 및 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분리·신설, 또는 복수 차관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정부 내 대응조직(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확실히 정립할 것"을 주문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이를 토대로 지난해 6월 질병관리청 승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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