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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은산분리 완화법안 의총 격론 끝 “20일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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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바른미래당 김관영·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왼쪽부터)가 17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상가임대차보호법, 규제개혁법 등 법안 처리 문제를 논의하기 전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바른미래당 김관영·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왼쪽부터)가 17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상가임대차보호법, 규제개혁법 등 법안 처리 문제를 논의하기 전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은 17일 당내 이견이 있었던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 법안을 원내지도부의 책임 아래 20일에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완화 대상, 법안 대신 시행령에” #여야 지도부 합의한 대로 결론 #박영선 등 “재벌에 끌려가” 반발 #시민단체도 의총장 앞 거센 항의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제정안을 논의한 끝에 이 같은 결론을 냈다고 강병원 원내대변인이 밝혔다.

강 대변인은 “원내지도부 책임하에 여야 간 최종 합의를 거쳐 20일 본회의에서 이 법안(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처리하기로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총 추인이 되면 20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이미 합의했다.

그간 정부가 ‘규제 완화 1호 법안’으로 추진해온 인터넷은행법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통과의 길을 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초 인터넷 은행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여당 내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반대해 여야 합의안 처리가 무산됐었다. 이로써 1983년 은행법상 은산 분리 규제가 시작된 이후 35년 만에 인터넷 분야에서 은산 분리 완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법안 핵심은 산업자본(비금융 주력자)의 의결권 지분 보유 한도를 인터넷 은행에 한해 현행 4%에서 34%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행 인터넷 은행 사업자인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추가 자본 확충을 통해 대출 등 영업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삼성·LG 등 대기업의 인터넷 은행 진출은 2~3중으로 차단됐다. 이와 관련, 정부 시행령을 통해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대주주에서 제외하고, ICT 또는 전자상거래업 비중이 50% 이상이면 자격을 허용키로 했다. 5년 내 공정거래법·조세범처벌법·특정경제가중처벌 등 중대한 위반 행위가 있을 경우도 대주주가 될 수 없다. 다만 공정거래법 등 위반은 금융위가 경미하다고 인정하면 제한을 풀어줄 수 있도록 했다.

이날 민주당 의총에서 정작 논란이 컸던 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시행령으로 할 것인지, 법안으로 못 박을 것인지였다. 민주당 내강경파들은 시행령보다 바꾸기 어려운 법안 본문에 내용을 넣고자 했다. 국회 정무위 여당 간사 대행을 맡고 있는 유동수 의원은 의총 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은산분리 완화 대상을 법에서 제한하지 않되 경제력 집중 억제, 정보통신업 자산 비중을 감안해 대통령령에서 제한하도록 했다”며 “일부 우려처럼 정권이 바뀌어도 시행령 개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존 은행법보다 규제가 강화된 측면도 있다. 동일인·동일차주(借主)의 신용공여 한도를 강화함으로써 대주주의 부당거래를 못 하게 했기 때문이다. 한국당 정무위 간사인 김종석 의원은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은행법의 금산분리조항보다 더 강화된 조항을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 의총이 열린 국회 본관 246호 앞에서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연합 등은 “대통령 공약 파기, 재벌의 은행 소유 허용”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를 제지하려는 국회 경위들과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정의당은 국회에서 관련 반대 회견을 열기도 했다.

2시간 30여분간 진행된 의총에서 박영선·우원식·박용진·제윤경 의원 등은 “재벌 논리에 끌려가고 있다”며 반대했고, 윤후덕·김병관·김병욱·최운열 의원 등은 “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통과시키자”고 했다. 제윤경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의총에서 과정상의 문제를 제기했다”며 “반대 의견을 반영하지 않을 거면 뭐하러 의총을 하는지, 한국당 안을 받아들여 계속 양보하라니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의총에 앞서 “반대가 있고 욕을 먹더라도 오늘 끝내겠다”고 했다.

김경희·하준호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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