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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뇌종양 제거부터 노인 돌봄까지..KIST가 공개한 미래 로봇들

중앙일보

입력

KIST가 개발하고 있는 어르신 돌봄 로봇이 리빙랩에서 멀리 떨어진 가족과 통신하고 있는 모습. 가까운 미래엔 돌봄 로봇이 각 가정에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KIST]

KIST가 개발하고 있는 어르신 돌봄 로봇이 리빙랩에서 멀리 떨어진 가족과 통신하고 있는 모습. 가까운 미래엔 돌봄 로봇이 각 가정에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KIST]

80세가 넘은 한 노인이 집안 화장실에 들어서다 미끄러져 바닥에 넘어진다. 마침 거실에서 대기 중이던 도우미 로봇이 노인을 발견하고 미리 입력된 번호로 아들에게 영상전화를 건다. 실시간으로 집 안 상황을 파악한 아들은 곧바로 119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한다. 지난 14일 서울 홍릉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제협력관 2층 리빙랩(Living Lab)에서 진행된 로봇 도우미 시연 장면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개발 중인 미래형 로봇들을 14일 공개했다. 어르신 병간호 로봇부터 미세 수술 로봇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목표는 하나로 추려진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 여준구 KIST 로봇미디어연구소장은 “1980년 자동차 공장에 용접·조립 로봇이 도입된 이후 로봇의 쓰임새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크게 늘면서 돌봄 로봇 개발에 대한 필요성도 같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KIST가 개발하고 있는 비전동 기립 보조기. 근력이 약화된 어르신을 돕는 보조 기구다.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사진 KIST]

KIST가 개발하고 있는 비전동 기립 보조기. 근력이 약화된 어르신을 돕는 보조 기구다.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사진 KIST]

도우미 로봇 옆에는 비전동 기립 보조기가 눈길을 끌었다. 모터 없이 가스를 충전한 관으로 노인들의 낙상 사고 등을 방지하는 장치다. 이를 활용하면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기 어려운 노인도 혼자서 일어서거나 이동이 가능하다. 모터를 사용하지 않아 전기 충전도 필요하지 않다. 김승원 박사는 “인건비를 제외하고 1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 며 "상용화 할 경우 저렴하게 대량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KIST가 스마트 테이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식탁 위에 있는 반찬을 인식해 칼로리 등을 자동으로 계산해 준다. [사진 KIST]

KIST가 스마트 테이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식탁 위에 있는 반찬을 인식해 칼로리 등을 자동으로 계산해 준다. [사진 KIST]

일반 가정집 식탁과 비슷한 모양의 '스마트 테이블'도 있다. 스마트 테이블은 음식을 인식하는 인공지능(AI) 식탁이다. 밥이나 반찬ㆍ국 등을 테이블에 올려놓으면 칼로리를 자동으로 계산해준다. 또 이런 정보를 원격지에 거주하는 보호자나 의사에게 전송할 수 있다. 김익재 KIST 영상미디어연구단장은 “기계학습을 통해 99가지 반찬을 자동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가정집과 비슷하게 꾸며놓은 KIST 리빙랩 내부 모습. [사진 KIST]

가정집과 비슷하게 꾸며놓은 KIST 리빙랩 내부 모습. [사진 KIST]

이 밖에도 리빙랩에 거주하는 노인의 수면시간이나 걸음 수 등을 통합해 관리하는 프로그램도 공개했다. 이는 로봇이 삶을 안정시켜주는 미래형 주택의 모습과 비슷했다.

KIST가 개발하고 있는 미세 수술 로봇. 3mm조직도 떠어낼 수 있어 뇌하수체 종양 제거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사진 KIST]

KIST가 개발하고 있는 미세 수술 로봇. 3mm조직도 떠어낼 수 있어 뇌하수체 종양 제거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사진 KIST]

국제협력관 4층. 의료로봇연구단에선 미세수술 로봇을 만날 수 있었다. 연구원이 조종기의 레버를 움직이자 휴대전화 충전기에 쓰이는 전선과 비슷한 굵기의 미세수술 로봇이 좌우로 정밀하게 움직였다. 이 로봇은 신체 내부에서 3㎜ 조직도 떼어 낼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뇌하수체 종양 제거 등 일반적인 수술 도구로 접근하기 힘든 곳도 수술할 수 있다. 뇌하수체의 경우 안구 바로 뒤에 있어 종양이 발생할 경우 수술이 까다롭다. 이 때문에 두개골을 제거한 후 종양을 절제하는 수술법을 적용하기도 한다.

 KIST가 미세수술 로봇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건 미래 시장 가능성 때문이다. 수술로봇 분야 세계시장은 미국 회사인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다빈치가 독점하고 있다. 강성철 KIST 의료로봇연구단장은 “다빈치가 할 수 없는 미세수술 로봇 시장이 앞으로 커질 것으로 본다”며 "KIST의 미세수술 로봇은 현재 안전성 평가 시험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KIST 연구원이 미세 수술 로봇 닥터 허준을 시연하고 있다. 척추관 등에 밀어넣어 디스크 등을 치료할 수 있다. [사진 KIST]

KIST 연구원이 미세 수술 로봇 닥터 허준을 시연하고 있다. 척추관 등에 밀어넣어 디스크 등을 치료할 수 있다. [사진 KIST]

KIST는 디스크 수술용 원격 조정 로봇 ‘닥터 허준’도 개발하는 중이다. 닥터 허준은 비수술 척추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로봇이다. 비수술 척추 치료는 허리뼈에 직접 칼을 대지 않고 카테터(혈관 시술에 사용하는 가는 관)를 엉덩이 부위에서 척추 사이에 밀어 넣어 치료하는 방법이다. 카테터를 활용한 비수술 치료의 경우에는 X선 촬영을 통해 관의 위치를 확인하는데, 이 과정에서 의료진이 방사선에 노출된다. 닥터 허준을 활용하면 원격 조정이 가능해 수술 의사가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는다. KIST는 세브란스병원과 함께 닥터 허준을 활용한 실험용 돼지 디스크 수술에 성공했다. 강성철 단장은 “닥터 허준과 같은 미세 수술 로봇은 척추관 뿐만이 아니라 혈관에도 삽입할 수 있어 사용 범위가 넓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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