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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한다 하더니, 볼트 정말로 축구장에 번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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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축구선수로 변신한 볼트가 지난달 31일 아마추어 팀과의 친선경기에 출전했다. [AP=연합뉴스]

축구선수로 변신한 볼트가 지난달 31일 아마추어 팀과의 친선경기에 출전했다. [AP=연합뉴스]

‘번개’ 우사인 볼트(32·자메이카)가 축구 선수로 ‘전업(轉業)’했다. 지구 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볼트는 지난해 8월 런던 육상선수권을 끝으로 은퇴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인 볼트는 “내가 육상 대신 축구에 전념했다면 메시와 호날두의 장점을 합친 선수가 됐을 것”이란 말을 달고 살았다.

지난달 호주 프로팀에 훈련생 합류 #친선경기 후반 교체출전 20분 뛰어 #“공수 전환 빠른 팀 풀백 자원” 평가

그리고는 은퇴 이후 독일 도르트문트 등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마침내 지난달 호주프로축구 A리그 센트럴 코스트 매리너스에 훈련생 신분으로 합류했다.

볼트는 지난달 31일 호주 센트럴 코스트 소속으로 아마추어팀과의 친선 경기에 출전했다. 후반 26분 왼쪽 윙어로 교체 출전해 20분간 뛰었다. 안정적인 패스와 날카로운 침투를 선보였다.

하지만 20분 남짓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갑자기 속도를 올렸다가 늦추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당초 축구 전문가들은 볼트가 후반 막판 윙포워드로 출전해 순간적인 스피드로 수비를 무너뜨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2010년 스페인의 월드컵 우승을 이끈 ‘명장’ 비센테 델 보스케(68·스페인) 감독은 13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채널과 인터뷰에서 “볼트는 공간만 있다면 아주 좋은 축구선수가 될 수 있다. 공수전환이 빠른 팀에 어울릴 선수”라면서 “풀백(측면 수비수) 자원으로 쓰면 가장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유의 번개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는 우사인 볼트. 사진=중앙포토

특유의 번개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는 우사인 볼트. 사진=중앙포토

현대 축구에서 풀백은 빠른 스피드와 엄청난 활동량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겸비해야 한다. 공수에 적극 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키 1m95cm인 볼트는 육상 선수 시절 100m를 9.58초에 주파했다. 장신이라 헤딩에도 유리하다.

볼트에 앞서 스포츠 종목의 경계를 뛰어넘어 도전한 선수는 많았다. 그러나 성공보다는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미국)은 미국프로농구 시카고 불스를 떠나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 마이너리그팀에 입단했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더블A팀에서 뛰면서도 타율이 0.202에 그쳤다.

물론 야구 선수로 뛰다 프로풋볼 선수를 겸업해 성공한 경우도 있다. 1992년 메이저리그 애틀랜타의 외야수로 월드시리즈에 출전했던 디온 샌더스는 1995년엔 필라델피아 코너백으로 뛴 끝에 미국프로풋볼 수퍼보울 우승을 차지했다.

육상에서 축구로 전향한 볼트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도 많다. 델 보스케 감독 역시 “볼트는 낙천적이고 항상 웃는다. 여전히 어릴 적 꿈 속에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볼트는 13일 에어버스 310 항공기에 탑승해 무중력 상태에서 달리기에 도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볼트는 13일 에어버스 310 항공기에 탑승해 무중력 상태에서 달리기에 도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로 건너간 볼트는 13일 무중력 상태에서 달리기 체험을 했다. 무중력 비행기에서 샴페인 마시기에도 도전했다. 프랑스 샴페인 제조사인 멈의 후원을 받아 에어버스 310 항공기에 탑승한 볼트는 무중력 상태에서 스타트 자세를 잡고 달리기에 도전했다. 다리가 땅에 닿지도 않은 채 허우적거렸지만, 함께 뛴 2명보다는 빨랐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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