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학술대회 참가한 과학자 1317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가짜 국제학술대회 의혹이 제기된 세계과학공학기술학회(WASET·와셋)와 오믹스(Omics)에 지난 5년간 참가한 국내 대학·연구기관 소속 연구자가 1317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당국, 대학·연구기관 268곳 조사 #서울대 88명 최다, 연세대 82명 #2회 이상 참가한 사람도 180명 #부정 드러나면 징계, 연구비 환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는 전국 238개 대학과 4대 과학기술원·26개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와셋 및 오믹스 참가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대학 중에서는 서울대와 연세대에서 각각 88명, 82명의 연구자가 이들 학술단체에 참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KAIST에서는 43명이,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26명이 참가했다. 조사대상에 오른 기관 중 40%인 108개 기관 소속 연구자들이 가짜 의혹이 제기된 두 학회에 참가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대학이 83개, 출연연구소가 21개였다. 4대 과기원은 모두 포함됐다. 2회 이상 학회에 참가한 연구자도 180명으로 드러났다.

가짜 학술대회 참가 대학 및 기관

가짜 학술대회 참가 대학 및 기관

과기정통부와 교육부는 대학 등 기관별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와셋과 오믹스 참가자에 대해 조사하고 연구윤리 및 직무규정 위반행위가 적발된 경우 징계토록 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각 기관의 조사와 처분이 미진한 경우 재조사토록 하고 이를 기관평가에 반영해 정부 연구개발(R&D) 참여제한 등 기관 단위로 제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연구비 부정사용자와 연구 부정행위자로 확인된 경우 한국연구재단의 정산 및 검증을 거쳐 연구 참여제한과 연구비 환수 등 후속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연구비 유용 또는 연구 부정이 드러날 경우 정부가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라며 “과학기술인의 건강한 연구문화 정착 방안을 확정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최근 국내 한 탐사 전문 매체는 가짜 국제학술대회에 700명에 이르는 한국 명문 대학의 교수와 학생, 정부 출연연구소 연구자들이 연루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국가 R&D 과제로 지원받은 연구비나 BK21 장학금 등을 유용해 해외 출장비로 썼다. 이들 중에는 와셋이 주도한 국제학술대회에 22회나 참석한 연구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술대회에 참석한 연구자 중 상당수는 형식적인 발표를 한 뒤 현지 관광과 유흥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과총)도 이날 ‘연구윤리 재정립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고 최근 불거진 가짜 국제학술대회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최희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은 “미국에선 연방거래위원회가 오믹스를 기소해 지난해 서비스 예비 금지 판결을 끌어낸 사례가 있다”며 정부의 법적 대응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명자 과총 회장은 “연구윤리 정착을 위한 학회의 노력과 학자 자신의 연구윤리 실천이 열쇠”라며 “과총은 내년도 학술활동 지원사업 기준에 윤리 관련 항목을 반영하는 등 제도 보완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