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음치불가] 이수영 … '떨리는 비성'의 독특한 음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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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가성은 진성보다 최소 두 배 이상을 띄운 소리로 공명점(울리는 소리 위치)이 진성보다 높다. 가성도 진성처럼 연습을 통해 공명점을 찾아내야 음역을 제대로 구사할 수 있다. 초보자들이 가성을 제대로 띄우지 못하는 이유다.

노래하는 사람들 가운데 가성을 예술적으로 잘 구사하는 음악인으로 먼저 조관우가 생각난다. 그리고 현란하기로는 KCM, 고음역으로 갈수록 유려하고 멋스럽게 성악적 가성을 구사하는 이소라 등도 깊은 인상을 준다. 최근 국내 가요계에서 가성의 매력을 십분 보여주는 음악인이 이수영이다. 터질 듯 터질 듯하다가 끝내 삭이고 마는 듯한 애절한 한(恨)의 정서가 노래에 절절히 묻어나온다. 발라드와 트로트의 장점이 부드럽게 섞여 있다.

데뷔 당시 이수영의 노래는 진성과 가성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못해 다소 어설프게 들렸다. 하지만 꾸준한 연습 덕분에 3집 이후 가성을 다루는 솜씨가 확연히 좋아졌다. 지금은 가성을 진성 같은 느낌으로 구사하는 단계까지 왔다. 거기에 단순히 콧소리라고 하기엔 다양한 뉘앙스의 비성까지 구사, 음색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려 한다. 실제로 데뷔작부터 근작 'Grace'까지 차례로 들어보면 이수영의 비성이 꾸준히 진화해 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난이도 높은 특유의 '꺾기 창법'도 이수영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그의 '꺾기'는 기존의 트로트나 서구의 R&B 방식과는 또 다른 느낌의 개성이 있다.

이수영은 비성에 바이브레이션을 습관처럼 즐겨 구사해 떨리는 듯한 자신만의 고유한 소리를 만들어 낸다. 이런 떨리는 음성은 애처롭고 처량한 분위기 연출에 효과적이다. 발라드에 있어서만큼은 자신만의 스타일과 분위기를 확고히 한 셈이다. 이런 점에서 이수영에겐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라기보다는 '분위기 있게 노래하는 가수'라는 수식이 어울린다.

이수영은 좋은 목소리를 지녔지만 명료한 소리가 아니다 보니 소리가 좀 답답하게 빠지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소리의 입자들이 잘 뭉쳐지지 않고 흩어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음색이 특별해 독특한 분위기와 느낌을 전달한다. 거기에 자신의 감정을 탁월하게 잘 싣는다. 이처럼 독특한 음색과 빼어난 감정 주입이 이수영을 오늘날의 수퍼 스타로 만드는 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

최근 이수영의 노래를 들어보면 가성을 중심으로 하고 있음에도 진성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온다. 또한 예전과 달리 가성에 보다 힘이 붙어 있는 걸 알 수 있다. 가성을 더욱 체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예전보다 소리가 두껍게 빠진다. 그러다 보니 예전의 예쁘고 귀여운 이수영 음색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낸다. 혹자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부드럽고 예쁜 이수영만의 매력이 줄어들었다고도 한다. 반면 소리는 더욱 편해졌다. 그럼에도 다소 매끄럽지 못한 고음 처리, 소리의 또렷함에 대한 아쉬움은 숙제로 남는다.

조성진 음악평론가·월간 '핫뮤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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